“해고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노조법이 통과돼 균형을 이뤘다고요? 그동안 노조가 약자였다는 말입니까?”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생중계로 지켜본 한 기업 노무담당 임원의 반응이다. 그는 “노조가 사용자보다 힘이 세진 지 오래인데, 대통령의 인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노동관계 3법도 통과되고, ILO(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도 비준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런 것들을 통해 노사관계도 보다 균형 있는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법이 포함된 노동관계 3법은 해고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것이 핵심이다. 당초 논의된 노조의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 금지, 해고자 등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 등은 모두 삭제됐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노조법 개정 이전 노사관계는 불균형 관계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조법이 노조에 더 큰 ‘무기’를 쥐여주는 법인 점을 감안하면 기존 노사관계에서 노조는 약자였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셈이다. 정부도 개정 노조법이 ‘노사 간 균형을 갖춘 대안’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한국의 노사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해외 시각은 다르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의 노동시장 부문 순위는 51위로 2018년보다 세 계단 하락했다. 정리해고 비용(116위), 고용·해고 유연성(102위), 노사협력(130위) 등 주요 항목이 하위권에 머문 결과다. 이는 강력한 기득권 노조 탓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재벌 개혁에 있어서 새로운 조치를 취할 계획이 있냐’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는 점에서 더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노조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노조법이 재벌 개혁의 도구냐’는 지적이다.

노사관계 균형 이제야 이뤘다는 정부
경제계가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기대하는 점도 있다. 적어도 노조법이 통과돼 노사관계가 균형을 이뤘다면 앞으론 일방적인 친노조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한 경제단체 고위 임원은 “그동안 정부가 늘 노조 측에 기울어져 있어 협상이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정부 스스로 ‘이제 균형이 이뤄졌다’고 한 만큼 앞으로 노동정책도 균형을 이룰 것을 경제계는 기대하고 있다.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