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CJ제일제당 팀장/사진=CJ제일제당

박지현 CJ제일제당 팀장/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비비고(bibigo)’는 식품업계 최초의 통합 브랜드다. 식품 브랜드 가운데 가장 유명한 신라면, 초코파이는 농심과 오리온의 단일제품에 붙는다. 이와 달리 비비고는 만두, 김치, 즉석죽, 국·탕·찌개 등 모든 한식 제품에 쓰인다.

비비고의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만두 제품군 하나에서만 지난해 1조원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식품업계에서 단일 제품으로 ‘매출 1조 클럽’에 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농심 신라면의 국내·외 연 매출액은 9000억원(지난해 기준), 오리온 초코파이도 연 5000억원 수준이다.

박지현 CJ제일제당 비비고 브랜드그룹 스낵 앤 에피타이저팀장은 2010년 디지털 마케팅팀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조리육 카테고리 브랜드 매니저, 냉동 카테고리 브랜드 매니저, CJ미국법인 비비고 브랜드 매니저 등을 거쳤다.
Q: 비비고의 활약상이 대단한데
A: 비비고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한식 대표 브랜드’를 꿈꾸며 2010년 레스토랑으로 시작해 2013년 냉동 만두와 조리육 가공제품을 런칭했다. 국내 1조원 규모의 대표HMR 브랜드로 성장했고, 만두 국내·외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건강 한식 컨셉의 ‘더비비고’도 런칭했다. 더 큰 도약을 위해 브랜드 재정립 및 브랜드 중심 마케팅조직으로 재편해 글로벌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다.
Q: 만두 1조원 매출은 어떻게 가능했나?
A: 비비고 왕교자는 전국 만두전문점을 찾아다니고, 100번 이상의 시식과 테스트를 거쳐 탄생했다. 기존 냉동만두 제형에서 벗어나, 속이 꽉차고 고기와 야채가 골고루 들어간 한국식 만두를 만들어낸 게 주효했다.

아시아 음식 중 전세계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만두를 중국식이 아닌 한국식으로 만들고, 국가별 소비자 선호를 반영한 점이 해외 매출 급증의 배경이다.
Q: 국가별 마케팅 방법은?
A: 전략 국가인 미국은 진출 초기부터 아시안 푸드에 대한 선호가 높은 코스트코에 집중해 한 입 크기의 물만두, 전자레인지 만두 등 만두 제형의 장점을 극대화한 컨셉과 기술력으로 공략했다. PGA 정규 대회 ‘더CJ컵’, KCON 등 문화와 접목된 브랜드 노출로 다른 아시안 브랜드에 비해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이미지도 구축했다.

중국과 일본처럼 시장에 독점적인 브랜드가 있는 경우엔 젊은 층에 주력해 비비고 만두를 알렸다. 그 결과 작년 중국 징동닷컴과 일본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큐텐에서 만두 카테고리 1위, 식품 부문 1위를 기록했다.

한식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유럽에선 아시아 식문화 수용도가 높은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했다. 현재 유럽의 대형 유통 채널 800여곳과 코스트코 전 매장에 진출했으며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에서 연평균 성장률 61%를 기록했다.
Q: 비비고 마케팅에서 ‘결정적 한방’은?
A: 단연 ‘비비고 왕교자’다. 먹어본 소비자들이 ‘국민 만두’라고 부를 정도로 맛품질이 좋았다. 그리고 당시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싸이를 모델로 기용해 ‘한식의 대표’라는 이미지로 단기간에 국내 가공식품 시장의 톱티어(Top Tier)가 됐다.
박지현 CJ제일제당 팀장/사진=CJ제일제당

박지현 CJ제일제당 팀장/사진=CJ제일제당

Q: 비비고 마케터로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
A: 비비고 성장을 위해 정신 없이 달려왔는데 어느 순간 비비고로 완벽한 ‘한상차림’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고 깨달았을 때 짜릿했다. 여전히 만두가 가장 큰 카테고리이지만 밥, 반찬, 김치, 김, 국물요리, 면 등을 갖추게 됐을 때 자축의 의미로 ‘한상차림’ 도시락을 만들어 회사 직원들에게 제공했었다. 그 뒤 ‘비비고 한상차림’은 브랜드 캠페인으로 진행됐다.
Q: 식품 유통 분야의 마케팅 이슈는?
A: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언택트 기반의 뉴노멀이다. 비비고는 ‘건강·안심’, ‘집밥’을 화두로 삼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건강 한식 ‘더비비고’를 런칭해 건강HMR에 대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고 있다.

집밥의 정의도 달라지고 있다. 직접 조리가 아닌 HMR, 배달, 밀키트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어서다. 비비고도 가공식이 아닌 집밥의 방식으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좀 더 깊숙이 침투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Q: 과거 마케팅이 잘 통하지 않는 시대인데
A: 코로나 및 자연재해로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져 ‘사회적 소비’가 중요한 화두다. 로컬푸드, 그린패키지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 및 아이덴티티와 일치하는 브랜드만을 사용하고 그걸 표현하는 트렌드가 본격화되고 있다. ‘맛품질’, ‘편의성’만이 아닌 소비자가 함께 이루어 싶어하는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트렌드 캐칭과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식품마케터로서 세대와 영역을 넘나드는 관찰과 통찰력을 가져야겠다는 긴장감을 갖고 있다.
Q: 그래도 변하지 않는 마케팅 기법은?
A: 소비자의 자발적 입소문이다. TV, 신문, 블로그, 커뮤니티, SNS 등 매체가 다양해지더라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변하지 않는, 중요한 마케팅 기법이다.

최근 ‘뒷광고’에 소비자들이 매몰차게 돌아선 사례에서 보듯이, ‘고객 만족’을 모든 접점(제품, 광고, VOC 등)에서 빈틈없이 달성해야 감동한 고객의 입소문을 기대할 수 있다.
Q: 비비고 마케터가 일하는 방식은?
A: ‘한식을 알리는 브랜드’라는 소명감을 갖고 일한다. 가격경쟁이나 1등 카피제품의 상품화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새로운 기회요인을 먼저 포착하려고 노력한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때 브랜딩/마케팅/상품화 컨셉을 넘어, 새로운 기술, 새로운 공정까지 구현하려고 한다. 소프트웨어적인 브랜드 영역과 하드웨어적인 밸류체인을 동시에 소화하는 것이다.
■ Interviewer 한 마디
“새로운 가치가 어떻게 생겨나는지에 대한 관찰과 호기심이 중요합니다”
박지현 팀장은 마케터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오랜 관찰과 호기심이 쌓이고, 소비자 니즈의 근원을 찾으려는 깊은 고민과 노력이 수반될 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을 할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런 통찰력이 있어야 성공하는 마케터가 될 수 있다고 박 팀장은 강조했다.

소비자 니즈의 근원을 찾는 방법을 매우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그렇게 찾아낸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툴과 스킬도 배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케터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한 박 팀장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⑴관찰하고 호기심을 품어 ⑵소비자 니즈의 근원을 고민함으로써 ⑶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통찰력을 갖춘 뒤 ⑷자신이 찾은 소비자 니즈의 근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⑸그 니즈를 위한 대안을 소비자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언뜻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설명에서 핵심을 꼽으라면 ‘소비자 니즈에 대한 호기심’일 것 같다. 그 핵심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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