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출의 중추로 꼽히는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한경DB
대한민국 수출의 중추로 꼽히는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한경DB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성장률은 전망치인 –1.1%를 밑돌고 내년에도 예상보다 밑도는 2%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미국(22일 기준 1795만명)보다 경기회복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정부는 23일 0시부터 수도권에서 결혼식·장례식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한 5인 이상의 모든 사적 모임을 금지했다. 정부는 이번 주말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한은이 산출한 거시계량모형(BOK20)을 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가 한달 동안만 이어져도 연간 민간소비와 GDP는 각각 1.38%, 0.6% 줄어든다.

한은은 지난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1.1%, 3%로 제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1.5~2단계 수준을 전제로 깔고 산출한 것이다. 현재 거리두기가 2.5단계 수준을 넘어선 데다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1092명으로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실제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를 밑돌 것이 유력하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지난 22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올해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 성장률을 -1.1%로 제시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성장률이 이를 밑돌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다.

한국의 경기회복세는 그만큼 더뎌질 전망이다. 2019년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100이라고 하면, 한은의 11월 경제전망을 적용하면 2021년 GDP 지수(2019년 GDP를 100 기준)는 101.8이다. 내년 GDP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1.8% 성장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한은 예상치보다 각각 0.2%포인트씩(거리두기 3단계가 한달 동안 이어진다고 전제) 내려가면 내년 GDP 지수는 101.4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 같은 회복세는 코로나19로 상당한 피해를 본 미국보다 더딘 것이다. 미국은 Fed는 지난 12월 경제전망 수정치에서 올해 성장률을 -3.7%에서 -2.4%, 내년은 4%에서 4.2%로 높였다. 이를 고려하면 2021년 미국 GDP 지수는 101.6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한국보다 백신 보급 속도가 빠른 만큼이 회복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경기회복 기준점으로 삼는 2019년 GDP 수준도 한국이 미국보다 침체된 상태다. 한국은 2019년 성장률이 2%로 잠재성장률(2.5%)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미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2.2%로 잠재성장률(2.06%)을 웃돌았다. 한국이 침체된 수준인 2019년 경기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