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사진=뉴스1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사진=뉴스1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백신 확보를 지시했다고 공개한 가운데 방역당국은 23일에도 "백신을 빨리 접종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보수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하고 나섰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사진)은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최근 우리 사회 분위기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방역당국으로서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손영래 반장은 "백신은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특히 코로나19 백신은 개발과정이 상당히 단축돼 안전성은 국민을 위해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주제"라며 "이런 사정 때문에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하고, 먼저 접종하는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두 달 관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굉장히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에 대해 "미국은 하루에 20만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영국은 3만5000명 정도의 환자가 하루에 발생하고 있어서 백신 외에는 현재 채택할 수 있는 방역전략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언론과 야당이)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왜곡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백신 확보를 지시했다면서 구체적 사례들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백신 관련 예산이) 정부 예산안에도 없었는데, 보건복지부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집단 항명했다는 말인가"라며 "레임덕이 벌써 온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