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 이후 국회에 계류
기업은 '특별연장근로'로 버텨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50~299인 기업 주 52시간제 현장 안착’ 관련 브리핑에서 “노사정이 합의해 국회에 넘긴 탄력근로제 개편법안이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정감사와 언론 브리핑 등에서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다”고 했던 수준의 발언을 넘어선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추가 계도기간을 요구하는 산업현장의 요구에 더 이상 임시적인 행정조치가 아니라 근본적인 보완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의 상당 부분을 주 52시간제 보완입법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탄력근로제 개편은 2018년 11월 국회가 먼저 노사정에 논의를 요청했고, 그에 따라 노사정이 2019년 2월 합의한 사항”이라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이 늦어도 올해 안에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했다.

탄력근로제 개편안은 지난해 2월 노사정 합의 이후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동안 제대로 된 논의도 없었다. 탄력근로제란 업무량이 많을 때는 일을 많이 하고, 일감이 적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기간 동안 주당 근로시간을 평균 52시간(초과근로 포함)에 맞추는 제도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4시간이다. 현행 단위기간은 3개월이지만, 지난해 2월 노사정은 이를 6개월로 늘리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문제는 여야 할 것 없이 탄력근로제 개편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논의가 잠시 이뤄지긴 했으나 경영계가 단위기간을 1년으로 연장할 것과 선택근로제 확대를 요구하자 협상은 공전했고, 21대 국회 들어서는 관련 논의가 전혀 없었다. 선택근로제(현행 1개월 단위)는 탄력근로제와 비슷하지만 근로시간 상한이 없어 주로 게임회사와 정보기술(IT)업체에서 선호하는 제도다.

국회 입법이 지연되면서 정부는 올해 1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하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연간 90일로 묶여 있는 특별연장근로 활용 기간을 늘려주는 등 임시 행정조치를 취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36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3건)에 비해 다섯 배 가까이로 폭증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개편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선택근로제도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이견을 보이고 있어 주 52시간제 보완입법 처리가 불투명하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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