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가 두 회사의 합병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하면 합병이 무산되는데, 숫자만 보면 독과점 우려가 충분하다. 합병이 현실화되면 두 회사의 국제선 여객노선과 주요 화물노선 점유율이 70%를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공정위가 예외 조항을 적용해 합병을 승인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대신 ‘요금 인상 최소화’ 등의 조건이 따라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에도 “기업결합 신고가 들어오면 심사해보겠다”며 공식적인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 안팎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이 승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데다 과거 비슷한 경우 합병을 허용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기업결합 심사 때 ‘회생이 불가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에선 경쟁제한성을 따지지 않는다는 공정거래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할 공산이 크다. M&A가 무산돼 피인수 예정이던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 남아 있는 자산을 계속 활용하도록 하는 게 경제적으로 낫다는 점을 고려한 제도다.

예외 조항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로는 1999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심사가 꼽힌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 한국 시장 점유율이 승용차 55.6%, 버스 74.2%, 트럭 94.6% 등으로 높아지는 데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기아차가 회생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조건은 향후 3년간 트럭의 국내 가격 인상률을 수출 가격 인상률 이하로 유지하라는 것뿐이었다. 올해 4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M&A도 이 예외 조항을 적용한 사례다.

다만 공정위는 항공 요금 인상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동해 최소화하고, 개별 브랜드로 형식상 경쟁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등의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가 2009년 국내 오픈마켓 2위 옥션을 운영하던 미국 이베이의 국내 1위 G마켓 인수를 승인한 게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당시 두 기업의 점유율을 합하면 90%에 육박했지만, 공정위는 주주는 같더라도 개별 브랜드로 형식상 경쟁업체 상태를 유지하고 3년간 고정비를 물가 상승률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성수영/노경목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