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에서 '아마존' 제품 산다…e커머스 판 흔드는 SKT
SK텔레콤(SKT)과 세계 최대 이커머스업체 아마존이 상호 협력이 포함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쿠팡·네이버·이베이 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11번가가 '해외 직구'를 기반으로 역전극을 보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커머스 사업의 확장 방향을 두고 고심 중이던 SKT 입장에서도 최적의 동맹군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T는 지난 10월경 자회사인 11번가와 아마존 간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SKT는 이르면 이달 중순 협력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아마존도 이를 위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업무용 사무공간을 확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 사 최고경영진은 제휴 및 협력의 진행 상황에 따라 추후 서로 지분 투자 등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조항에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 및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SKT는 그간 11번가로 대표되는 커머스 사업의 확장 방안을 놓고 그동안 고심해 왔다. 특히 이번 아마존과의 협력은 박정호 사장이 직접 지난해부터 공을 들여온 딜(Deal)로 거론되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제주도에서 열린 비공식 간담회에서도 “11번가의 추가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라며 “‘어떤 사업자’와의 연계를 통해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갈 계획”이라고 일부 물밑 협상이 있음을 밝혀오기도 했다.

업계에선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의 제품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형태의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번가가 아마존의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아마존의 제품을 미리 자사의 재고로 확보하고, 이를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해외 직구가 가진 긴 배송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배송료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지난 2018년 직구와 역직구 플랫폼 코리아센터 지분도 확보해 해당 부문의 네트워크를 쌓기도 했다.

특히 SKT 입장에선 아마존과의 협업을 통해 자사의 비통신 사업들을 연계하는 구독 서비스 모델을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SKT는 '올 프라임'을 통해 방송(웨이브)·커머스(11번가)·보안(ADT캡스) 등 사업들을 연계하는 구독 서비스를 구상해왔지만 큰 반향을 보이진 못했다.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글로벌 성공모델을 선보여온 점을 고려할 때 협력을 보다 넓혀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외에도 SKT 차원에서 육성중인 클라우드·빅데이터 사업과 시너지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그룹 차원에서 갈팡질팡하던 이커머스 전략을 이번 협력을 통해 보다 확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존과의 협업이 자리잡을 경우, 추후 진행될 11번가의 상장에서도 긍정적 역할을 맡을 것이란 평가다. SKT는 11번가를 포함한 비통신분야의 누적된 적자로 그동안 주주들의 불만에 직면해왔다. 과거 롯데 그룹 및 신세계로의 매각을 한 차례 추진했을 정도로 이커머스 사업의 방향을 두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이후 재무적투자자(FI)들을 초청해 분사를 단행했고, 투자자들에겐 오는 2023년까지 상장(IPO)을 통한 투자 회수를 약속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한 데다 규제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보니 아마존 등 글로벌 업체들이 직접 시장에 진출하기보단 SK 등 든든한 현지 파트너를 물색하는 방안으로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버가 SKT와 협력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설명했다.

차준호 / 김채연 기자 chacha@hankyung.com

≪이 기사는 11월13일(16:4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