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노동조합 리스크에 휩싸였다. 기아자동차 노조가 파업 준비에 나섰고, 한국GM에선 노사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GM은 이례적으로 노조의 파업 검토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 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조정 신청 및 쟁의대책위원회 구성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쟁의조정 신청은 파업권 확보를 위한 첫 단계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을 월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하고,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2조96억원)의 30%를 직원들에게 성과급 형태로 나눠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GM 노조는 이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GM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결정으로 17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해 목표인 흑자 전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진행되는 중에 회사가 노조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GM은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심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손실(약 6만 대)에 이어 추가 생산 손실을 야기한 노조의 결정에 매우 유감스럽고, 매우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노사는 27일 교섭을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불안한 노사관계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 노조는 ‘소집단 이기주의’를 고집하기보다 산업생태계 차원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이날 한국 완성차업계 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1인당 국민소득(GNI)의 2배 수준이라며, 이는 미국(1.0배)과 일본(1.4배) 등에 비해 높다고 밝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