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올해 2분기 기업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줄어든 데다 향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투자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기업 2분기 매출 10% 급감…겹겹 규제에 투자도 줄였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올해 2분기 기업 매출은 10.1% 감소했다. 매출 증가율이 -10% 밑으로 떨어진 것은 한은이 분기별 통계를 작성한 2015년 1분기 후 처음이다. 2019년 말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914개 가운데 3862개를 추려 집계한 결과다.

국내 기업의 매출은 2016년 4분기부터 2018년 4분기까지 아홉 분기 연속 늘었다. 하지만 작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여섯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2분기 매출이 급감한 것은 코로나19 충격이 컸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화학업종의 매출은 작년 2분기보다 26.8% 줄었다. 자동차 판매량이 줄면서 운송장비업종 매출은 17.3% 감소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운항을 사실상 멈춘 항공사를 비롯한 운수업종의 매출은 15.8% 줄었다.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은 올 2분기 5.3%로 작년 2분기(5.5%)와 비교해 0.2%포인트 하락했다. 1년 전에는 1000원을 팔면 55원을 벌었던 기업들이 올해 손에 쥐는 돈이 53원으로 줄었단 뜻이다. 사업 외형(매출)이 줄어든 것은 물론 실속 없는 장사를 한 것이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기업 규제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에는 지주회사 부채비율을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추고 상장 계열사 보유 지분을 현행 20%에서 30%로 끌어올리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다중대표소송과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등이 제출돼 있다. 이런 법이 시행되면 지주회사는 부채비율을 낮추고 계열사 지분 추가 매입 등을 위해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처럼 실적이 급감하는 가운데 규제는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신규 투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설투자와 유형자산 취득을 공시한 기업은 51곳으로 투자금액은 4조4281억원이었다. 작년 상반기(6조2715억원)에 비해 29.3% 줄어든 규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정부와 여당은 ‘한국판 뉴딜’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도 한편에선 규제를 늘리면서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기업 투자를 끌어내려면 규제를 없애는 등 시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