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일어났다. 150년 역사의 화학기업 바이엘이 미국의 다국적 종자·농약회사 몬산토를 사들여 세계 최대 종자 회사가 탄생했다. 금액은 630억달러(약 67조3780억원). M&A의 핵심 배경은 농업 데이터였다. 바이엘 측은 “몬산토가 디지털 데이터 파밍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에 욕심이 났다”고 설명했다. 바이엘은 몬산토 이전에도 농업 관련 기업 M&A에 열심이었다. 2012년 농업 예측 데이터 기업 ‘프리시전플랜팅’, 2013년 구글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디지털 파밍 기업 클라이미트코퍼레이션, 2014년 빅데이터 분석 기업 640랩스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바이엘뿐 아니다. 글로벌 농화학 기업들이 농업 데이터 주도권을 잡기 위해 ‘디지털 파밍’, 즉 데이터를 활용한 농업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세계 최대 화학기업 듀폰은 경작지별 데이터와 기상정보를 결합해 실시간으로 농장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2015년), 중국 국영기업 켐차이나의 유럽 농업 데이터 기업 신젠타 인수(2017년),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와 바스프의 크롭사이언스 투자(2017년) 등이 모두 비슷한 배경이다.

유수 기업들이 농업 데이터 시장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의 농업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더 가파르게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정보회사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2020년부터 5년간 농업 데이터 거래 시장은 연평균 15.2%씩 성장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농업을 ‘혁신할 영역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산업’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축과 작물의 모니터링 및 기상 예측 등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아르헨티나 기업 탐베로닷컴 등에 투자했다.

구글은 더 적극적이다. 2016년부터 3년간 사과 수확용 로봇, 식물성 우유 제조 기업, 농가 수집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분석하는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FBN), 육종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벤슨힐바이오시스템스, 차세대 유기농 농법으로 평가되는 수직농업 회사 바워리 파밍 등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비밀연구소 ‘X’를 통해 “10% 개선이 아니라 10배의 혁신에 도전한다”는 비전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AI를 무인항공기와 로보틱스에 결합해 농민들이 농작물 수확 시기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구글 벤처스는 농업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주는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도 투자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