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식품 제조회사 등의 공장 출고 전 상품 재포장을 허용할 전망이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의 재포장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형마트가 묶음할인을 위해 재포장하기 위해선 공장 출고 전 제조사와 협의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재포장 규제법안을 마련해 이달 중 행정예고하기로 했다. 묶음할인 판매를 금지한 ‘1+1 재포장 금지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지 두 달 만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4일 유통·식품업계를 대표하는 각 협회, 환경단체, 포장재 관련 전문가 등 관계자 20여 명과 간담회를 열고 업계 의견을 들었다. 새로 마련한 재포장 규제법안은 식품사 등의 재포장을 허용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농심, 삼양라면 등 공장에서 제품을 출고하기 전 라면 제품을 4+1, 5+1 형태로 감싼 재포장은 허용한다. 햇반 등 즉석밥을 6개짜리로 묶음 판매하거나 냉동만두 등을 띠지로 한 번 더 감싸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식품사가 공장에서 포장하더라도 묶는 제품의 수가 세 개 이하일 경우에는 불필요한 포장으로 보고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유통업체의 재포장은 규제하기로 했다. 유통사가 자체적으로 우유와 세제 등을 1+1, 2+1으로 묶어서 할인하는 행사는 못하게 될 전망이다. 유통업체가 할인 프로모션을 하기 위해선 식품사 등과 협의해 공장 출고 전에 재포장해야 한다.

환경부는 다음주까지 업계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재포장 규제법안을 공개하고, 이달 말까지 공청회를 거쳐 법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식품업계 등이 기존 포장제품 재고를 소진하고,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지난 6월 말 남은 재고를 처리할 시간을 주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여 업계의 반발을 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