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직원 A씨는 코로나19로 시행하는 순환 재택근무 명령이 달갑지 않다. 집과 회사를 오갈 때마다 데스크톱 PC 본체를 들고 지하철을 타야 해서다. A씨는 “마스크를 하고 장시간 서서 이동해야 하는데 짐까지 무거워져 무척 힘들다”며 “차라리 통근할 때가 편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금융권에도 속속 재택근무가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은 다른 업권보다 보안 요건이 까다로워 ‘이중고’를 겪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의 재택근무자 중 데스크톱 PC 본체나 서류더미를 갖고 출퇴근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재택근무는 금융회사의 내부망과 외부망을 구분해야 하는 ‘망분리 예외 규정’이 적용되지만, 개인 PC로는 보안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무용 PC에는 백신, 매체제어, 문서보안 프로그램 등을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 자료 유출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개인 PC는 악성코드가 설치되거나 계정이 탈취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쉽게 사용하기 어렵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망분리 예외 조치를 통해 시스템 원격 접속은 가능해졌지만 PC 보안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개인 노트북 사용이 가능하지만 절차상 불편함 때문에 데스크톱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망분리 예외 조치를 허용했다. 원격접속을 통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직원 편의를 고려해 재택근무용 노트북을 새로 구입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소람/박종서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