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7년으로 제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정성이 높고 용량이 큰 차세대 제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나 제품 개발 현황에 대해 논의할 정도로 배터리·완성차 업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는 23일 “현재 전고체 배터리 요소기술 개발 단계로 상용화는 2027년 이후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DI가 상용화 시점을 밝힌 건 처음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이 고체다. 전해질이 액체인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안정적이다. 온도 변화에 따른 팽창이나 외부 충격으로 인한 누액 등으로 화재·폭발 위험성이 있는 액체 전해질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받는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서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운행하지 못한다. 향후 도입될 자율주행 전기차는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

전기차의 운행 거리를 늘리려면 더 많은 배터리를 넣어야 하는데, 차 가격이 오르고 공간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한다. 대안으론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게 거론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와 폭발의 위험성이 낮아 안전성 관련 부품을 줄이는 대신 용량을 크게 하는 ‘활물질’을 늘릴 수 있다.

삼성SDI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등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13년부터 해외 모터쇼와 배터리 관련 전시회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도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

외국 업체들 역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한창이다. 도요타는 2008년 차세대 배터리 연구소를 출범시키고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업계에선 해외 업체들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이 2025년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과 BMW 등도 2025~2026년께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