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이스타항공 매각 '불시착'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해 “계약 해지 조건이 충족됐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정부의 추가 지원이 계약 성사를 가를 ‘막판 변수’로 거론되지만 특혜 논란 등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16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전날 이스타홀딩스로부터 선행조건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다”며 “당사가 요청한 조건에 대해 진전된 사항이 없어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체불임금을 포함한 미지급금 1700억원을 15일까지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스타항공은 직원 휴업수당 2개월분을 반납하는 등 미지급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한 내 1700억원을 모두 해결하지 못했다.

제주항공은 다만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은 곧바로 반박 입장문을 내고 “계약서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며 “제주항공이 계약 완료를 위한 대화에 나올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이 계약 해지의 근거로 든 미지급금에 대해서는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해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노동조합도 “인수가 무산되면 파산이 불가피하다”며 “1600여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으면 제주항공에도 책임이 있다”고 압박했다.

업계에선 제주항공의 공식 인수 포기만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지난 7일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해 동반 부실 우려가 제기된다”며 “지분 인수 후 안정적 경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양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정부의 추가 지원이 유일한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 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이스타항공에 추가 지원을 할 경우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