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퀄컴 영향력 벗어나자"
반도체 판도 바뀌나

中 스마트폰업체 오포·비보도
CPU·AP 자체개발 잇단 추진

삼성·TSMC 등 파운드리업체
수탁생산 기대감 커져
미국 구글과 애플에 이어 중국 스마트폰업체 오포와 비보까지 잇따라 ‘반도체 자급자족’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 ‘정보기술(IT) 공룡’이 자사 제품에 들어갈 반도체의 자체 개발에 나서면서 인텔과 퀄컴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경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놓고 인텔 등과 경쟁하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의 매출과 시장 영향력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 픽셀폰용 AP 개발
애플·구글 "반도체 직접 설계"…삼성 파운드리에 '희망회로' 될까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자체 설계한 중앙처리장치(CPU)를 이르면 연말 출시할 맥(Mac) 컴퓨터에 탑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 반도체(CPU) 이름은 ‘애플실리콘’이다. 애플은 아이폰엔 자체 개발한 ‘A시리즈’ AP를 쓰지만 PC엔 2006년부터 인텔 칩을 활용했다.

구글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개발하고 있다. 픽셀폰 등 구글의 모바일 기기에 넣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구글은 퀄컴의 AP 스냅드래곤을 쓰고 있다. 세계 4위 스마트폰업체 비보는 지난해 ‘비보 칩’ 등의 상표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포는 ‘마리아나플랜’이란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AP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IT 기업들의 ‘반도체 독립’ 전략은 다양한 포석을 깔고 있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CPU), 퀄컴(AP)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애플은 시장에서 ‘맥의 신상품 출시가 늦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는 인텔의 차세대 CPU 개발이 지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실리콘을 맥에 넣음으로써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와의 통합성을 높일 수 있다.

자사 제품에 가장 효율적인 반도체를 적시에 조달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면서 인텔 등을 상대로 한 ‘가격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애플, 구글, 비보, 오포 등이 반도체 개발에 성공해도 인텔이나 퀄컴 등의 제품을 단기간 100%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성능 격차 때문이다. 2011년 모바일 AP 엑시노스를 공식 출시한 삼성전자도 현재까지 자사 제품과 퀄컴 칩을 동시에 쓰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엑시노스를 퀄컴과의 가격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장 판도 변화 예고
애플·구글 "반도체 직접 설계"…삼성 파운드리에 '희망회로' 될까

IT 기업들의 ‘반도체 독립’ 움직임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같은 파운드리 업체엔 기회가 될 수 있다. 구글, 애플 등은 반도체 공장이 없어 파운드리 업체에 개발한 반도체의 생산을 맡겨야 한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AP 개발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파운드리 수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자체 개발을 위해선 파운드리 업체의 설계·디자인 등과 관련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신규 업체 진입은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텔,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 직접 개발한 제품을 IT 업체에 공급하는 반도체 회사들은 중장기적으로 대형 고객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인텔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애플이 고객 이탈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엑시노스를 개발해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한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도 거센 도전을 마주하게 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면 독자 개발에 나선 업체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막대한 개발 비용만 쏟아붓고 활용 가능한 제품 양산엔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14년 자체 통신칩 ‘뉴클런’을 공개했지만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해 3년 뒤 양산을 포기했다. 2017년 자체 개발 AP인 ‘서지 S’를 공개했지만 활용도가 낮은 중국 샤오미도 실패 사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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