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최태원 7일 만난다…4대 그룹 '배터리 동맹' 완성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국내 4대 그룹 총수의 ‘전기자동차-배터리 동맹’ 회동은 일단락된다. 이번 연쇄 회동을 계기로 삼성 현대차 SK LG 등 한국 대기업이 전기차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협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7일 충남 서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사업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은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미래 배터리 기술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산공장은 SK이노베이션의 유일한 국내 배터리 생산설비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5월 기준 세계 7위, 국내 3위 배터리 업체다. 내년 1월 양산되는 현대차의 차세대 전기차(코드명 NE)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기아차와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이 적용되는 차세대 전기차에 5년간 10조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기아차는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발주하겠다고 밝혔는데, 1차 계약을 SK이노베이션이 가져갔다. 2차 물량은 LG화학이 따냈지만, 올 하반기 발주할 3차 물량은 SK이노베이션에 돌아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난달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났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 부회장과 충남 천안 삼성SDI 사업장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구 회장과는 충북 청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장수명 배터리(수명이 긴 배터리)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주행 성능이 뛰어난 리튬황 배터리 등에 대해 논의했다. 올 1분기 기준 세계 4위 전기차 제조사로 올라선 현대·기아차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쓰고 있다.

4대 그룹 총수들이 이례적으로 특정 사업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개별 회동을 하는 이유는 전기차와 배터리가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신차의 절반가량이 전기차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10% 수준으로 높여 세계 2위 자리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고성능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삼성과 SK, LG는 현대·기아차라는 글로벌 빅4 공급처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총수들 간 회동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국내 4대 그룹의 협업이 전기차 및 배터리 외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도병욱/최만수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