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질끈 감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 이스타항공이 29일 서울 방화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대주주의 지분 포기를 발표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오른쪽)가 기자회견장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강은구 기자 ehkang@hankyung.com
< 눈 질끈 감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 이스타항공이 29일 서울 방화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대주주의 지분 포기를 발표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오른쪽)가 기자회견장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강은구 기자 ehkang@hankyung.com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자신의 두 자녀가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이 체불한 직원들의 임금이 회사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대주주 책임론이 제기되자 서둘러 지분 포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은 그러나 주식 헌납 방식과 체불 임금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스타항공 매각이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각대금 사실상 회사에 귀속

'이상직 지분 헌납'에 제주항공 당혹…더 꼬인 이스타 M&A
이스타항공은 이날 서울 방화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의 두 자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38.6%(약 415억원어치)를 모두 이스타항공에 헌납한다고 발표했다. 제주항공으로부터 받기로 한 매각 대금 전부를 사실상 회사 측에 돌려주겠다는 뜻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이 의원은 오지 않았다. 대신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이 이런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대독했다. 김 본부장은 주식 헌납 발표와 함께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과 절차는 적법했고, 세금도 정상 납부했으나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직원의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해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250억원에 달하는 체불 임금 해소 문제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작업이 ‘올스톱’된 가운데 창업주인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싸고 이스타홀딩스 설립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긴급히 열렸다.

이스타항공은 이 의원의 헌납을 발표하면서 제주항공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회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이 의원이) 임직원의 고용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딜이 성사되도록 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제주항공이 당초 약속한 대로 진정성을 갖고 인수 작업을 서둘러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알맹이 빠져” 반발

공을 떠안은 제주항공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스타항공이 인수 당사자인 자신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연 데다 정작 체불 임금 등의 해결 방법에 대해선 아무런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발표 내용을 보면 결국 우리 돈으로 밀린 임금을 해결하도록 하고 이 의원 측은 정치적 용어인 ‘헌납’만 언급한 뒤 책임 추궁에서 빠져나간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가 이행보증금으로 받은 115억원의 처리와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이스타홀딩스 측은 뒤늦게 “무상증여 형태로 주식을 헌납할 것”이라며 “주식 사용과 처분 과정은 향후 제주항공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인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통보로 일관하고 있다”며 “임금 체불 외에도 태국 자회사인 타이이스타에 대한 채무보증 해소 등 선결 과제가 많은데 이에 대해선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지난해 체결한 주식인수 계약대로라면 제주항공은 이날까지 이스타홀딩스(38.6%)와 두 명의 개인 주주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51%의 인수 작업을 끝냈어야 한다. 지금은 이행보증금(115억원)만 지급한 상태로 인수 절차가 멈춰 있다.

업계에선 이스타항공 매각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주항공이 인수대금의 절반에 달하는 체불 임금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대주주 주식 헌납 방식과 같은 조건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도 이미 자본잠식 상태로 빚덩이인 회사의 지분을 헌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는 “대주주의 결단을 환영한다”면서도 “임금 포기에 대해서는 전혀 합의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재후/이선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