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더 큰 부담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끝난 직후 한 삼성전자 임원은 이렇게 답했다. ‘미니 여론전’으로 불렸던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및 수사 중단 권고로 이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졌을 것이란 얘기였다.

수사심의위는 불기소 권고를 결정하면서 “법리만 따져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계에선 수사심의위 위원들이 경제 위기 상황도 감안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국민 기대에 걸맞은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과 이 부회장을 둘러싼 법률 리스크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검찰이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도 남아 있다. 삼성 관계자들이 수사심의위 결정을 ‘삼성의 승리’로 해석하는 데 손사래를 치는 배경이다.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당분간 현장경영에 매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총수가 직접 챙겨야 할 현안은 더 많아졌다. 특히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은 이 부회장에겐 절체절명의 과제와 다를 바 없다.

이 부회장은 우선 2018년 8월 발표한 ‘4대 미래 먹거리’ 사업을 챙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삼성은 상시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 바이오 등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수종 산업으로 선정하고 2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4대 사업’의 성과를 직접 챙기고 있다”며 “해당 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현장을 자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도 삼성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10년간 130조원을 투입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한 축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도 1위 추격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TSMC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0% 안팎에 이른다.

이 부회장이 지역사회 및 협력업체와의 상생 행보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는 지난 5월 대국민사과를 통해 준법경영과 사회와의 소통 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