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한 한국GM, 부평 물류센터 판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가 생존을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생산 및 판매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과 부지를 빼고 팔 수 있는 것은 전부 팔겠다는 분위기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최근 노동조합에 인천 부평에 있는 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통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불용자산을 처분해 재무상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부지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지는 9900㎡ 규모다. 매각하면 400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창원물류센터와 제주부품센터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최대한 많은 자금을 확보하고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물류센터와 부품센터의 통폐합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돈 급한 한국GM, 부평 물류센터 판다
쌍용차는 최근 서울 구로동 서비스센터를 1800억원에 매각했다. 쌍용차는 피아이에이(PIA)자산운용과 매각 및 3년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에는 부산물류센터를 263억원에 팔았다. 경기 안성 인재개발원과 충남 천안 및 충북 영동에 있는 물류센터도 매각할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평택 생산공장 등 핵심 시설 외에 팔 수 있는 자산은 모두 처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일부 지점과 서비스센터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최근 노조와의 간담회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 완성차 3사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GM은 본사(미국 제너럴모터스)의 유럽 시장 철수 결정으로 수출 물량이 급감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수출길이 막혔다. 르노삼성은 지난 4월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 종료 이후 생산량이 반토막났다. 쌍용차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출이 급감했다.

해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공격적인 내수 영업에 나서면서 이들 중견 3사의 경영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6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전망이 많다. 쌍용차는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회계법인 삼정KPMG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판정을 받기도 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898억원 초과하는 등 계속기업으로서 의문이 제기된다는 이유였다. 르노삼성은 올해 적자 전환이 유력하다. 1분기에 이미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 자동차 시장이 마비되면서 모든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덩치가 작은 회사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며 “국내에서도 중견 3사는 ‘올해 목표는 생존’이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고 말했다.

도병욱/김보형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