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이 출시한 준대형 SUV XT6.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이 출시한 준대형 SUV XT6.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국내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무대다. 덩치 큰 SUV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국내 브랜드는 물론, 해외 브랜드도 해당 차급을 대거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경쟁력으로는 주목받기 어려운 국내 준대형 SUV 시장에 캐딜락이 도전장을 던졌다.

캐딜락은 지난달 준대형 SUV XT6를 국내 선보였다. 중형 SUV XT5와 미국 대통령 의전차인 에스컬레이드 사이에 위치한 모델이다. 국내 출시된 XT6는 최상위 트림인 '스포츠'로 단일 판매되며 가격은 8347만원이다.

직접 시승한 캐딜락 XT6는 겉으로 보기에도 직선 위주의 근육질 디자인을 입은 덩치 큰 SUV였다. 기존 캐딜락은 중후한 디자인 위주였지만, XT6는 젊고 세련됐으면서도 과하지 않은 절제된 느낌을 줬다. 다만 큰 덩치는 다소 부담스러운 감도 들었다.
준대형 SUV 캐딜락 XT6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준대형 SUV 캐딜락 XT6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XT6의 전장·전폭·전고는 5050·1965·1750mm이며 축간거리는 2863mm이다. 동급 차량들과 비교해 5m를 넘는 전장은 긴 편에 들어가지만, 축간거리는 다소 짧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짧은 축간거리는 2열과 3열 좌석이 좁아짐을 의미한다.

운전석에 올라타자 미국차 특유의 넉넉한 공간이 체감됐다. 체격이 매우 크더라도 운전석이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평형 센터페시아 구조는 가뜩이나 넓은 차를 더 넓어보이게 만들고 큼지막한 계기반 바늘은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곳곳이 가죽으로 마감된 덕에 '아메리칸 럭셔리'도 느낄 수 있었다.
캐딜락 XT6 측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캐딜락 XT6 측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2열 공간도 독립형 시트를 채택해 여유로운 공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3열은 성인이 앉기에는 다리 공간이 부족했다. 평상시에는 접어 트렁크 공간을 넓히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열 머리 공간이 945mm로 여유로운 점이나 트렁크 공간에 달린 버튼으로 2·3열 시트를 자동으로 접을 수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XT6는 2열과 3열을 접으면 '풀 플랫' 방식으로 바닥면이 평평해진다. 3열만 접을 경우 트렁크 용량이 기존 356L에서 1220L로 확대되고,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2229L까지 늘어난다. 바닥이 평평하기에 성인 2명은 무난하게 '차박'이 가능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첨단 안전·편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직관적이고 근거리 무선통신(NFC)을 이용해 스마트폰 미러링도 가능하다. 큼지막한 콘솔박스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기능도 탑재됐다. 15와트까지 제공하는 2세대 제품이기에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 제동 및 보행자 감지 긴급 제동, 나이트 비전 등도 갖췄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캐딜락 XT6의 2열 다리 공간, 2·3열 실내공간 모습, 3열 다리 공간, 3열 USB 단자와 송풍구, 컵홀더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캐딜락 XT6의 2열 다리 공간, 2·3열 실내공간 모습, 3열 다리 공간, 3열 USB 단자와 송풍구, 컵홀더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본격적인 주행에 들어가자 XT6는 강력한 동력성능을 발휘했다. XT6는 3.6L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페달을 깊게 밟아도 힘의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자연흡기 엔진이기에 즉각적인 반응성도 일품이다. 질주 본능을 가진 운전자라면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성능에 만족할 수 있다.

3.6L 6기통 엔진인 만큼 연비가 저하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56.4km를 주행한 시승 연비는 10.8km/L로 측정됐다. XT6가 두 자릿수 연비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있다. 이 시스템은 정속 주행 등의 상황에서 실린더 2개를 비활성화해 연비를 높이는 기능을 한다. XT6의 복합 공인연비는 8.3km/L다.

가격대를 감안할 때 다소 의아한 부분도 있다. 아날로그 계기반에 부분적으로 도입된 디스플레이는 작은 크기 탓에 많은 정보를 보여주지 못한다. 최근 비슷한 가격대 신차들이 디지털 계기반을 적용하는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워진다.
도로 주행 중인 캐딜락 XT6의 측후방 모습. 사진=캐딜락코리아
도로 주행 중인 캐딜락 XT6의 측후방 모습. 사진=캐딜락코리아
XT6는 차선이탈방지 기능을 지원하지만,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달리지는 않는다. 차선을 밟을 정도가 되면 조향이 이뤄져 결과적으로 술 취한 운전자처럼 달리게 된다. 최근 신차들과 같은 반자율주행은 어려운 셈이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의 부재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캐딜락 XT6는 넓은 공간과 뛰어난 동력성능이 매력인 차량이다. 4인 또는 그 이상의 가족이 많은 짐을 싣고 다니며, 운전자가 속도도 즐기는 성향이라면 고려할 가치가 있다. 다만 준대형 SUV 시장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차량도 많은 편이다.

XT6와 같은 8000만원대에는 폭스바겐 투아렉, 렉서스 RX,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제네시스 GV80, 볼보 XC90,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이 포진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차 모하비, 혼다 파일럿, 포드 익스플로러, 쉐보레 트래버스 등 더 저렴한 가격대 차량도 적지 않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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