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 휴게소의 '만물상' 하이숍 "코로나 직격탄…매출 3분의 1 토막"
“매출이 코로나 사태 이전의 30~40% 수준에 불과해요.”

한국고속도로 휴게소 하이숍 협동조합의 김만연 이사장(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를 이같이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화장실만 잠깐 들르는 등 최소한만 머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관광객 이동량이 많은 편이던 영동선 휴게소는 매출 감소폭이 지난달 90% 이상에 달한다”고 말했다.

과거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선 카세트테이프와 모자, 과일 등을 팔던 노점트럭을 흔히 볼 수 있었다. 2011년부터 노점들은 각 휴게소 화장실 근처의 조립식 매장으로 양성화됐다. 이런 점포가 하이숍이다. 차량용 휴대폰 충전기와 워셔액, 모자 및 스카프, 음반 등을 취급하는 하이숍은 고속도로의 만물상으로 통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들의 경기(景氣)를 가늠할 수 있는 안테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김 이사장은 “대개 하이숍은 매출의 18%를 임차료(관리비 포함)로 내는데 코로나로 매출 감소가 워낙 크니까 한국도로공사가 12.6%로 깎아 2월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며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각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사)도 현금 결제일을 앞당겨주는 등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이숍 협동조합은 2015년 결성됐고, 작년 12월 말 중소기업중앙회 정회원으로 승격됐다. 영세 소상공인으로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둥지를 마련한 셈이다. 하이숍은 전국 모든 휴게소에 한두 개씩 총 2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하이숍 이용 고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온라인 구매가 보편화된 데다 품질과 서비스에서 고객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합 측은 하이숍 매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미 구매한 제품을 전국의 어느 휴게소 하이숍 매장에서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물품 호환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이큐’라는 공동 브랜드를 개발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차량용 급속 휴대폰 충전기와 초소형 블루투스, 화장품, 미용기기 등 소비자의 눈길을 끌 만한 품목을 미리 개발하고 공동 구입·판매하려는 것”이라며 “그동안 주력 상품이던 중국산 외에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취급하는 등 품질 수준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전국 하이숍은 내년에 점포 재계약(10년 단위)을 앞두고 있다. 평균 11.5~13㎡ 규모의 낡은 매장을 리모델링해 공간을 넓히는 방안도 하이숍 협동조합의 숙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선 한국도로공사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김 이사장은 “조합 설립 초기엔 영세 조합원 소액 융자사업을 펼쳐 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하이숍의 경쟁력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