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남자들 늘자…男 아이섀도 나왔다
화장품업체들이 잇따라 남성용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여성용 시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그루밍족’이 늘면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용 아이섀도와 쿠션까지 나왔다.

그루밍족은 패션 미용 등 자신을 가꾸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일컫는다. 2~3년 전만 해도 기초화장품을 여러 개 쓰면서 눈썹을 다듬고 비비크림을 바르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아이섀도로 눈과 콧등 등에 음영을 넣어 얼굴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립스틱도 바르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화장품 브랜드 ‘비레디’는 2일 국내 최초로 남성용 아이섀도 ‘무드 업 음영 아이 팔레트’(사진)를 내놨다. 신제품은 남성의 피부 특성과 색상 등을 고려해 개발했다. 유명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인 ‘스완’이 제품 색상 개발에 참여했다. 남성들이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베이지 계열의 색상 네 가지를 넣었다. 또렷한 눈매를 만들어주는 브라운, 콧대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때 쓰는 밝은 베이지, 눈두덩이에 음영을 줄 때 사용하는 베이지와 브릭 등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비레디 브랜드를 내놓기 전 젊은 남성들의 수요와 트렌드를 조사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사한 결과 남성들이 가장 사용하고 싶은 화장품 1위로 나온 파운데이션을 먼저 선보였다. 파운데이션 일부 색상은 품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남녀 구분 없이 쓸 수 있는 화장품이라는 뜻의 ‘젠더 뉴트럴’을 내세우는 브랜드 ‘라카’도 이날 ‘소프트 라이팅 커버 쿠션’을 출시했다. 매끈한 피부를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층을 겨냥한 제품으로, 남성이 쓸 수 있도록 어두운 색상도 내놨다.

신생 브랜드 라카는 광고에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모델도 쓴다. 20대 남성이 주요 소비자다. 인스타그램에서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해 4개월 만에 올리브영 20개 점에 입점했다. 올 1월엔 뷰티 인플루언서 전문회사인 레페리로부터 15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기초 화장품 위주였던 남성 화장품 시장은 색조로 영역을 확장하며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018년보다 9.8% 성장한 수준이다. 중국 시장은 더 크다. 중국산업정보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남성 미용용품 시장 규모는 154억위안(약 2조5820억원)에 달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