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긴급대출이 본격 시행된 1일 현장은 아수라장에 가까웠다. 정부는 대출 신청을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병목현상을 없애기 위해 공적 마스크 구매 방식과 비슷한 ‘홀짝제’를 도입하고, 전국 60여 개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현장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센터마다 접수와 마감이 제각각인 탓에 헛걸음하는 소상공인이 속출했다.

새벽 2시부터 길게 줄섰는데…10명 선착순 마감에 '헛걸음'
이날 오전 7시 영등포구 양평동 서울서부센터에선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방문한 소상공인들과 공단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새벽부터 모이기 시작한 소상공인 20여 명은 신청 창구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7시께 서울서부센터는 느닷없이 이날 10명만 대출 신청을 받겠다고 대기 줄에 알렸다. 대기 줄에 섰던 소상공인들은 “인원 제한이 있다고 들은 바 없다”며 “10명이라는 숫자가 정부의 공식 방침에 따른 것이냐”고 항의했다. 서울서부센터 관계자는 “센터 인력과 기존 대출 업무 등 내부 상황을 고려해 접수 인원을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접수 인원은 센터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대출 신청을 못 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접수를 속히 진행하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혼란스러운 현장 상황은 경찰관 2명이 출동한 뒤에야 다소 진정됐다. 이 센터는 뒤늦게 일부 신청을 추가로 받았다.

종로구 견지동 서울중부센터에는 오전 일찍부터 ‘선착순 현장 예약 마감’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새벽 2시부터 소상공인 60여 명이 줄을 섰지만 센터 자체 방침에 따라 오전 6시45분께 30명의 신청만 받았다. 이어 신청이 몰리자 12명을 추가했다. 한창훈 서울중부센터장은 “건당 약 90분이 소요되는 대출 심사에 관련 인력은 6명밖에 없다”며 “다음주부터 인원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고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초저금리 대출에 나선 14개 시중은행 지점에도 상담이 몰렸다. 하지만 은행 별로 대출 대상과 조건이 다른 까닭에 혼란이 빚어졌다. 신한은행 남대문지점에서 만난 박모씨는 “신용등급이 안정적이어서 은행에 먼저 갔는데 기존 신용보증기금 대출이 있어 자금 지원을 거부당했다”며 발길을 돌렸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기존 소상공인 대출을 받았으면 중복 대출이 어려운데도 추가 대출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민경진/정소람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