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측 타격 입혀 협상우위"
2019 임단협 아직도 진행중
경영난에도 기본급 8%인상 요구

일반노조원들 "자해 행위"
본사서 수출물량 배정 안할 수도
"이러다 일자리 잃을까 걱정"
XM3

XM3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또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파업을 반복해왔다. 이번엔 자사의 크로스오버차량 XM3 출시에 맞춰 파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파업으로 신차 판매에 타격을 주면 회사 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때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회사의 명운이 달린 신차 판매에 타격을 입히려고 파업에 나서겠다는 노조의 행태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파업 카드 만지는 르노삼성 노조

24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9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여부를 논의했다. 이 회사 노사는 2019년도 임단협 협상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8% 인상과 노동 강도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동종 업체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르노삼성 명운 건 신차 출시 맞춰…파업 '재 뿌리려는' 노조

회사 측은 유럽 수출물량(XM3) 배정을 앞둔 시점이어서 기본급 인상이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임금 인상 대신 일시금 85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회사 관계자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근로자 임금은 전 세계 르노 공장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이 지난달 실적을 정산한 결과 영업손실을 냈고, 연간(2020년)으로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요지부동이었다. 르노삼성이 올해 적자를 내면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유럽 수출 물량 배정 못 받나

노조는 이번주 교섭에서 진전이 없으면 파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 쟁의대책위원회에서 다수의 노조 간부들이 XM3 출시 및 판매 시기에 맞춰 파업하자고 했다. 한 간부는 “XM3 출시 시기에 집중 타격하자”고 말했고, 다른 간부는 “타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비사업소와 영업지점을 순회하면서 파업하자”고 했다. 르노삼성은 지난 21일부터 XM3 사전 계약을 받고 있으며 다음달 정식 판매를 시작한다.

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회사의 생존 여부가 달린 XM3의 생산과 판매를 방해하는 건 자해 행위라는 지적이다. 르노삼성은 올해 XM3를 국내에 팔고, 내년 이후엔 유럽에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일본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다음달 끝나기 때문이다.

프랑스 르노 본사는 아직까지 XM3 유럽 수출 물량을 어디서 생산할지 결정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부산공장이 유력했는데, 지난해 노사갈등이 심화되자 프랑스 본사가 결정을 유보했다”며 “최근엔 스페인 등 유럽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다시 파업에 나서면 르노 본사가 유럽 수출 물량을 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르노삼성이 XM3 수출 물량을 놓치면 부산공장 생산량이 20만 대 수준에서 10만 대 수준으로 ‘반토막’ 난다.

파업 참가자 임금 보전 놓고도 갈등

일반 노조원들도 ‘선을 넘은 결정’이라고 노조 지도부를 성토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회사의 생존이 걸린 신차에 타격을 입히자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이러다 우리 모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르노삼성 명운 건 신차 출시 맞춰…파업 '재 뿌리려는' 노조

르노삼성 노사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두고도 갈등을 겪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날 발간한 사내 뉴스레터를 통해 “지난 교섭 때 노조 대표가 파업 참가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보전을 위한 노사상생기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며 “회사는 어떤 경우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반드시 준수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해 6월 2018년도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파업 참가자의 임금 손실을 보전하기로 합의해 논란을 빚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르노삼성 노사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훼손하면 대기업 노조가 습관성 파업을 하고 손실 임금을 보전받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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