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지만 위원장은 국무총리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지자체들이 새로운 복지정책을 도입하려면 여기에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사회보장위가 도입을 반대하기도 한다. 지자체의 현금복지 ‘폭주’를 막을 유일한 제도적 견제 장치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이 같은 기능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서울 중구의 노인 공로수당은 기초연금과 중복돼 사회보장위가 반대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행되고 있다. 전남 해남군이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한 농민수당은 몇 가지 의견을 첨부하는 수준에서 협의를 마쳤다. 정책 시행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예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완할 방법을 고민할 것” 정도의 의견만 첨부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지자체의 자율성을 가능한 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보장위의 운영 기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는 현금복지의 빠른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가 교복비를 지급하는 무상교복 정책은 2016년 경기 성남시 등이 처음 도입한 지 2년 만에 다른 지자체로 본격 확산됐다. 이마저도 정부가 사회보장위를 통해 반대하고 복지부가 소송전까지 벌이며 제도 확산을 막아서 늦춰진 것이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농민수당은 반년 만에 4개 광역지자체로 퍼졌다.

현금복지 확산을 막겠다며 기초지자체장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복지대타협 특별위원회’도 별다른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구성돼 7개월이 지났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현금성 복지사업은 정부가 전담해 달라”는 뜻을 모았지만 속내는 저마다 다르다. 지자체가 현금복지 사업을 벌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지자체장이 있는가 하면, 이미 있는 현금복지 사업의 예산을 전액 정부에서 지원받아 그만큼 예산 가용폭을 확보하겠다는 지자체장들도 많다. 현금 복지를 줄인다고 만든 위원회에서 현금 복지 부담을 정부에 미루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 차이는 특위가 지난해 12월 소속 지자체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지역 간 격차를 유발하는 현금성 복지를 자제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특위 참여 지자체장 202명 중 82명이 답을 하지 않았다. 10명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노경목/박진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