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경작면적이 0.5ha(5000㎡)에 못 미치는 소규모 농가는 연 120만원 안팎의 직불금을 받게 된다. 3년 이상 농촌에 거주하면서 농사를 지은 30만~40만 가구가 대상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익직불제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국회는 작년 말 농업농촌공익직불법을 제정해 쌀 농가 중심으로 주던 6개 직불제를 작물에 관계없이 지급하는 공익 직불제로 통합했다. 관련 예산도 1조4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늘렸다.정부는 경작면적이 0.5ha에 못 미치는 소규모 농가에 연 120만원 안팎의 정액 직불금을 주되 농사 외 소득이 많은 농가는 제외하기로 했다. 작년까지 쌀 직불금 수령 여부를 가른 농외소득 기준은 연 3700만원이었다. 이보다 많으면 사실상 전업농으로 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직불금을 주지 않았다. 공익직불금 관련 농외소득 기준은 이르면 이달 결정된다.농식품부는 경작면적이 0.5ha가 넘는 중대형 농가는 경작면적에 따라 직불금 단가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중소농가에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경작면적이 작을수록 높은 단가를 책정키로 했다.직불금 부정수급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농식품부는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직불금을 타가는 걸 막기 위해 부정수급 여부를 사전 점검하기로 했다. 필지별로 직불금 신청자와 경작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신청자와 경작자가 다른 경우 신청자가 경작사실확인서와 임대차계약서 등을 통해 경작 사실을 소명해야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농식품부는 또 농업의 공익적 역할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각 농민이 농약 및 비료사용량 감축 목표를 지키도록 요구하기로 했다.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농산물 생산 비용이 급증하면서 농축산업 경영 여건이 2년 연속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19년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농가교역조건지수는 104.7로 전년보다 1.1% 하락했다. 이 지표는 대표적인 농축산물 72개 품목을 골라 가격 평균을 내서 농가판매가격지수를 구한 뒤 이를 농산물 생산에 투입된 품목의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농가교역조건지수는 2017년 106.6이었다가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2018년 105.8, 지난해에는 104.7로 2년 연속 하락했다.생산 원가 급증이 농가 채산성이 악화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농가가 투입하는 인건비 등 원가가 생산물 판매 가격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농가의 교역 조건이 나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을 각각 16.4%, 10.9% 올렸다. 농업 종사자 중 상당수가 최저임금을 적용받기 때문에 농산물 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설명이다.작년 농가판매가격지수는 109.1로 전년보다 0.6% 오르는 데 그쳤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 컸다. 청과물(-1.0%)은 하락한 반면 한우(11.1%) 미곡(9.4%), 두류·잡곡(6.7%) 계란(4.8%) 우유(0.6%)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반면 농가구입가격지수는 104.1로 상승폭이 1.6%에 달했다. 세부 내역 중에서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노무비(4.2%)가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올 한 해는 주요 식재료 물가 기사에서 유독 ‘눈물’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무의 눈물’ ‘배추의 눈물’ ‘양파의 눈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에 상품을 팔 수밖에 없었던 농민들의 심경이 담겼다.올해 김장철을 앞두고선 무와 배추 가격이 폭등했다. 소비자들은 비싼 값에 김장 재료를 구입해야 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연말 가격 급등에도 웃을 수만은 없었다. 연간으로 보면 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됐기 때문이다.우선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안정적인 배추·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올초부터 춥지 않은 겨울 영향으로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출하량이 늘자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없었다. 반면 여름부터는 병충해와 영·호남을 할퀸 세 차례의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무는 13%, 배추는 18%나 재배 면적이 감소했다.무는 이미 지난해 겨울부터 생산 과잉으로 창고에 재고가 가득했다. 그러다 여름부터 무가 꽃을 피우는 ‘추대(꽃대)’ 현상과 태풍을 겪었다. 배추 역시 여름의 가뭄, 가을 태풍을 한 해에 함께 겪었다. 이마트의 한 채소담당 바이어는 “올여름까지는 전년 대비 40~50%가량 시세가 낮았지만, 하반기부터는 출하량 감소로 정작 수요가 많은 김장 시기에는 시세가 두 배 뛰었다”고 말했다.가격이 급등락한 무·배추는 결과적으로 지난해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됐다. 소매가 기준으로 작년 평균 무 한 개에 2468원, 배추 한 포기에 4051원이었다. 올해는 무 1815원, 배추는 3515원을 받았다.양파, 감자도 작황이 좋아 전년보다 30~40% 낮은 시세에 판매됐다. 저장된 양파가 썩어 판매하지 못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인기 방송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직접 양파를 활용한 요리법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양파 소비를 촉진할 정도였다.감자도 소비 촉진 이벤트를 해야 했다. 대형마트 등은 농가를 돕기 위해 감자를 대거 사들여 소비자들에게 싼값에 공급하기도 했다.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은 돼지고기 가격도 움직였다. 살처분에 따른 공급 감소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가격은 더 떨어졌다. 연말 회식이 몰린 12월도 돼지고기 가격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평균 1935원이었던 국내산 삼겹살 100g 가격은 올해는 1844원으로 떨어졌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