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에선 이스타항공에 이어 다른 저비용항공사(LCC)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LCC들의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항공업계는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큰 업체로 티웨이항공을 지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2년 티웨이항공을 인수한 예림당이 항공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많이 나돈다”고 전했다.

‘LCC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건 업계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국내 LCC 6곳 모두 ‘노(no)재팬’ 운동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등의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엔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로 자본을 넣든지, 매각에 나서든지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이 더뎌지고 있는 것도 어두운 항공업계 전망과 무관치 않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31일 이스타홀딩스와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기한을 2월로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27일에서 올 1월로 이미 한 차례 SPA 체결을 미룬 상황에서 한 번 더 연기한 것이다. 제주항공 측은 “연휴 등으로 실사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항공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매각 대금을 두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LCC들은 ‘타이밍의 저주’에 걸려 있다.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에어프레미아를 제외하고 플라이강원과 에어로K 등 신규 LCC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취항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우한 폐렴 사태가 터지면서 취항 전부터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 플라이강원은 이달 20일 양양~타이중(대만) 노선의 신규 취항 계획을 잡아놨지만, 취항을 3월 말로 미루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 노선을 위해 새로운 항공기까지 구입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상황에서 자금력이 약한 LCC를 중심으로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추가 매물이 나오더라도 인수자가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