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크지 않았다. 4분기는 전통적으로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3조500억원)보다 약간 적거나 비슷하면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8일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인 3조600억원을 1000억~2000억원 정도 웃도는 영업이익을 반도체 부문에서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은 환호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났다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경영계에선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시장 예상치 웃돈 4분기 영업이익이날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7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컨센서스(6조5800억원)를 7.9%(5200억원) 웃돈 수치다. ‘어닝서프라이즈’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시장 기대치(3조600억원)보다 크게 좋았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2018년 3분기 13조6500억원을 찍고 작년 3분기 3조500억원까지 곤두박질쳤던 DS부문 영업이익이 다섯 분기 만에 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는 것이다. 삼성 안팎에선 DS부문이 3조2000억~3조3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2~3분기 적자설까지 돌았던 낸드플래시사업도 4분기엔 수천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추풍낙엽처럼 떨어졌던 반도체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 1G8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10월 이후 12월까지 2.81달러를 유지했다. 작년 9월 8.19달러를 기록한 뒤 줄기차게 이어졌던 급락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완연하다. 범용 제품인 128Gb 16G8 MLC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6월 3.93달러로 바닥을 찍고 지난달 4.42달러로 급등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어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직전 분기보다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업황 회복되고 있다”업계에선 반도체 가격 회복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것으로 평가한다. 작년 하반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라인 최적화’ 등을 통해 자연적인 감산에 나서긴 했지만 최근 가격 반등은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를 재개한 구글, 아마존 등 데이터센터업체와 PC 제조사들도 메모리반도체 주문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반도체 전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낸드는 수요 우위 시장이 이어지며 1분기 낸드 가격은 작년 말보다 10% 이상 오를 것”이라며 “게임용 그래픽카드 사양이 높아지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올해는 5세대(5G) 이동통신 확대에 따른 스마트폰업체들의 주문도 크게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뎀칩, 카메라 이미지센서 등과 관련한 실적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기남 DS부문 대표(부회장)도 최근 “올해 반도체 시황이 좋아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8% 감소한 229조5200억원, 영업이익은 52.9% 줄어든 27조71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지탱해온 반도체사업이 살아나면서 올해 실적은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8조2160억원(컨센서스 기준)을 기록해 작년보다 37.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황정수/김보형 기자 hjs@hankyung.com
지난해 'D램 보릿고개'를 넘었던 삼성전자가 결국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2018년 말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에 따라 반도체 '슈퍼 호황'이 꺾이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다 스마트폰도 경쟁사들 총공세로 실적이 둔화한 여파다.다만 4분기는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가격 상승 신호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잠정 영업익 7조1000억원, 매출 59조원을 거뒀다고 8일 공시했다.연간 영업익은 전년(58조8800억원) 대비 52.9% 줄어든 27조7100억원, 매출은 5.8% 감소한 229조52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익이 20조원대로 내려온 것은 2016년(29조2407억원) 이후 3년 만이다.4분기 잠정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4분기 영업익은 반도체 초호황기의 끝자락이었던 전년 동기보단 34.2% 감소했지만,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익 전망치 평균(6조5000억원)보다는 9%가량 높은 것이다.지난해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 기지개를 켠 게 4분기 '깜짝 실적'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주요 고객사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재개하면서 가격 반등 조짐이 나타났다.이날 잠정 실적 발표에선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익이 3조원을 웃돌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D램과 낸드 부문에서 수요 증가가 생기면서 한 자릿수대 중후반 출하 증가율을 나타냈을 것"이라며 "4분기 반도체 영업익이 당초 예상과 달리 3조원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반도체와 함께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문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 사업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손실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이 직전 분기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지난해 4분기 IM(IT·모바일) 사업 부문은 갤럭시노트10 시리즈, 갤럭시폴드 등 고가폰 라인업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높은 이익률이 예상됐으나, 중저가폰 판매 부진과 스마트폰 성수기 마케팅 비용 집행으로 2조원대 초반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다만 네트워크 사업 호조,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환경은 긍정적 변수로 꼽힌다.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총 판매량은 예상 대비 부진하지만 갤럭시폴드 판매 호조와 부품 원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은 기대해 볼만하다"고 설명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IM 부문에 네트워크 사업 영업익 추정치 2300억원이 포함되면 2조7000억원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CE(소비자가전) 사업 부문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가전 쇼핑 성수기와 LCD 패널 값 하락에 따른 완제품 원가 절감 등이 겹치면서 6000억~7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됐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로는 매출액 229조5200억원과 영업이익 27조7100억원을 각각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고 성적표'를 써냈던 전년보다 각각 52.9%와 5.8% 줄어든 연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지난해에도 반도체 사업이 포함돼 있는 DS 부문에서만 영업익 15조원 수준으로 쏠리는 등 '반도체 편중 현상'이 우려를 자아냈다.2018년 말부터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반도체 '슈퍼 호황'이 꺾이자마자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도 급감했기 때문이다.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인 데이터센터 보유 기업들이 가격 동향을 주시하며 메모리 재고 축소 움직임을 지난해 내내 유지한 것이 메모리 반도체 값 하락에 결정타가 됐다. 올 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에 희망적 대목.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에 이어 올 1월부터는 서버 D램 가격 상승이 기대돼 반도체 중심으로 실적이 점점 좋아질 것"이라며 "연간 반도체 영업익도 지난해 13조원 수준에서 올해 20조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