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도 가방도 자유롭게 믹스매치…'꾸안꾸' 뉴요커의 정석
‘꾸안꾸’라는 패션업계 용어가 있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멋있는 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다. 유명 모델인 커스틴 던스트는 “나는 신경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엄청 신경 쓴다”고 말할 정도다. 꾸안꾸가 패션업계의 핫 트렌드가 됐다. 너무 과도하게 멋을 낸 스타일을 지양하는 요즘 젊은 층은 무심하게 걸친 듯한 옷과 심플한 가방을 선호한다.

옷도 가방도 자유롭게 믹스매치…'꾸안꾸' 뉴요커의 정석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컨템포러리(현대적 감성의 준명품) 브랜드 ‘프로엔자 스쿨러’는 꾸안꾸 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꼽힌다. 2002년 두 명의 디자이너가 시작한 이 브랜드는 여성복과 핸드백 부문에서 ‘세련된 뉴욕 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 감성 담은 디자이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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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엔자 스쿨러는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만난 잭 맥컬로, 라자로 에르난데스 두 디자이너가 졸업 컬렉션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졸업 작품이 브랜드의 첫 제품이 됐다.

브랜드명은 두 디자이너의 어머니 두 명이 각각 결혼 전에 쓰던 성에서 따와 조합했다. 이름부터 독특한 이 브랜드는 처음 제작한 여성복 전량을 바니스 뉴욕 백화점이 사갈 정도로 눈에 띄었다. 꾸안꾸 스타일의 의류는 다양한 소재를 믹스매치한 게 특징이었다. 남다른 옷을 찾는 뉴욕 여성들로부터 사랑받은 이유다. 자신감 넘치는 뉴요커들의 세련된 스타일과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엔자 스쿨러의 옷들은 재단부터 달랐다. 여성 몸에 잘 맞도록 원단을 재단하는 디자이너의 실력이 이 브랜드의 강점이었다. 정교한 슈트 핏인데도, 착용감은 편안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브랜드에서는 잘 쓰지 않던 신소재를 적용한 캐주얼한 옷까지 히트를 쳤다. 케이트 보즈워스, 클로에 세비니, 케이트 블란쳇, 커스틴 던스트 등 패션업계에 영향력이 큰 셀럽들이 즐겨 입는 옷이 됐다.

옷으로 시작한 프로엔자 스쿨러의 인기는 가방으로 이어졌다. 2008년 첫 핸드백 ‘PS1’을 출시했다. 직사각형의 가죽 핸드백 PS1은 덮개가 있는 사첼백 스타일이다. ‘웨어러블(편안한) 럭셔리’를 지향하는 브랜드의 방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로고가 보이지 않게 디자인됐고,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해 쓰면 쓸수록 자연스럽게 처진다.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이다.

안에는 넉넉하게 수납할 수 있게 했고 앞면에는 금속 잠금 장치로 포인트를 줬다. 긴 숄더 스트랩을 달아 자연스럽게 툭 걸쳐 멜 수 있게 했다.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심플한 디자인, 파우치부터 타이니·미디엄·라지 등 다양한 사이즈, 다채롭게 나온 색상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코타 패닝, 리브 타일러, 리즈 위더스푼 등 유명 여배우들이 자주 들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성복 이어 가방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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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엔자 스쿨러는 미국 패션업계에서도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제1회 미국패션디자인협회(CFDA) 보그 패션 펀드 어워드에서 수상했고 2007년, 2011년, 2013년에도 CFDA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세계적

로 가장 권위 있는 패션 액세서리 분야 시상식 ‘ACE 어워즈’에서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2012년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제조업체인 IRIS S.p.A와 라이선스를 맺었다. 처음으로 신발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그해 9월 뉴욕의 어퍼 이스트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는데,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가 2층짜리 부티크를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디자인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3년에는 뉴욕 소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국내엔 2013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1호점을 냈고 2015년에는 대만에도 처음 진출했다. 이 브랜드는 2017년 데일리 의류 컬렉션 PSWL을 출시했고, 지난해엔 로레알과 협업해 첫 번째 향수 ‘아리조나’를 선보였다. 랑콤과 함께 한정판 메이크업 컬렉션을 출시하는 등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올봄에는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성상을 제품에 반영했다. 대비되는 소재를 사용하고 옷의 비율을 다르게 재단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한 것이다. 가죽 소재를 니트와 매치하고, 자수 장식을 광택이 나는 가죽 위에 수놓는 등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어깨나 칼라를 강조한 옷도 실제로 입으면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도록 제작했다. 독특한 사각형의 버클백도 선보였다.

PS1 10주년 한정판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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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PS1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정판 가방을 내놨다. 미국의 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인 하모니 코린과 협업해 세 가지 스타일로 출시했다. 코린은 ‘미국 영화계의 미래’라고 불릴 만큼 주목받는 감독이자 작가, 예술가, 영화 제작자다. 프로엔자 스쿨러가 그와 손잡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코린이 2014년 가고시안 갤러리 전시회에서 선보인 작품들 중 세 가지를 골라 PS1 백에 새겨넣은 것이다. 가방 자체를 예술품처럼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PS1 10주년 기념 한정판 제품 3종은 400개씩만 판매한다. 가방마다 고유 번호가 새겨져 있다. 세 종류마다 미디엄·타이니·마이크로 등 세 가지 사이즈로 나왔다.

옷도 가방도 자유롭게 믹스매치…'꾸안꾸' 뉴요커의 정석
신세계인터내셔날 프로엔자 스쿨러 마케팅 담당자는 “PS1은 전 세계 셀럽들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판초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여성에게 꾸준히 인기를 끄는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라며 “특별한 제품을 찾는다면 고유 번호가 새겨져 소장 가치가 있는 10주년 기념 한정판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