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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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어음(CP)과 같은 채권을 거래할 때 비밀 대화 기능이 있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사용하면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8년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와 관련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와 관련된 것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유안타증권이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148억원 규모의 계약이행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18년 11월 중국 CERCG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이 부도가 나면서 해당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1645억원 규모의 ABCP도 부도처리됐다.

이 ABCP는 2018년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특수목적회사(SPC) '금정제12차'를 통해 발행하고 현대차증권 등 금융사들이 사들였다. 하지만 부도가 나면서 증권사 간 소송으로 번졌다.

유안타증권은 해당 물량을 현대차증권이 매수하기로 사전에 합의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소송을 걸었다.

유안타증권은 2018년 5월 자사 채권 및 기업어음 중개업무 담당직원에게 현대차증권 직원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ABCP를 매수하기로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텔레그램 상의 대화 내용은 매수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 과정이지 매수를 확정하는, 구속력 있는 의사의 합치가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현대차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또 다른 근거로는 텔레그램 메신저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채권거래 시스템인 K-본드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K-본드에는 채권 거래에 있어 메신저 기능과 대화 내용을 저장해 거래 내역을 남길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법원은 텔레그램 대화가 매매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하기 전에 거래조건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어 문제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신영증권과 현대차증권 간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은 2018년 7월 유안타증권과 같은 이유로 현대차증권에 매매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