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철보다 다른 금속과 섞은 합금이 더 단단하다고 합니다. 내부 소통과 화합에 힘쓰며 더 강한 은행을 만들겠습니다.”

"톱다운은 없다…직원들과 함께 혁신 이룰 것"
9일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사진)은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기자와 만나 “내부 출신 행장과 차별화된 경력을 경영의 장점으로 승화시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일 임기를 시작한 윤 행장은 취임 7일째인 이날까지 외부 출신 행장에 반대하는 노조의 저지로 본사 출근을 하지 못했다. 그는 금융연수원에 별도 집무실을 마련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날 점심시간 직전 금융연수원을 나서는 윤 행장을 만나 짧은 질의응답을 나눴다.

윤 행장은 ‘관치 인사’ 논란에 대해 “외부 출신 행장으로서의 강점을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모든 조직은 순혈주의로 계속 갔을 때 또 다른 문제점이 생기기도 한다”며 “외부에서 보는 신선한 시각이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2011년 이후 조준희, 권선주, 김도진 전 행장까지 3연속 내부 출신이 행장을 맡았다. 경영 실적은 높아졌으나 내부에서 일부 임직원 간 파벌 문화가 생겼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임직원과 충분히 소통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윤 행장은 “혼자 모든 것을 바꿔보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조직 구성원의 말을 듣고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혁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재 개발·교육 등 분야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이 역량을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문성 논란’에는 말을 아꼈다. 다만 “그동안 해온 업무 대부분이 금융 전반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행장은 과거 재무부 시절 저축심의관실, 자금시장과, 금융정책실 등을 거쳤다. 서울·상업은행 구조조정, 은행 공적자금 투입, 은행 금리 자유화, 간접 통화 업무 관리 등 금융 관련 정책 집행 과정에 두루 참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근무 시절에는 1조원대 연기금 운용 업무를 맡아 높은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영 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게 윤 행장의 생각이다. 그는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이 본연의 역할인 만큼 혁신기업 지원 관련 분야를 가장 중요하게 챙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우선 노조와의 대화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행장은 지난 6일 노조에 대화를 요청했으나 노조는 응하지 않았다. 윤 행장은 “노조가 요청하면 언제든 만나서 합리적으로 대화할 생각이 있다”며 “노조추천이사제는 직원, 이해 관계자, 주주들의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임원 인사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성에 더 초점을 두겠다는 게 윤 행장의 생각이다. 그는 “원샷 인사(하루에 임직원 인사를 모두 끝내는 제도)를 하는 것보다 제대로 (인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소람/송영찬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