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본격화됐다.

우리금융지주는 6일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한 첫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사전 간담회를 개최했다. 우리금융 회추위(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결정한 지 1주일 만이다. 우리금융은 늦어도 3주 안에는 차기 행장 및 모든 임원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손 회장과 손발을 맞춰 온 내부 출신 인사들을 유력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해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외부 인사가 행장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우리은행장, 위기 극복형 인물 '우선순위'
우리금융 임추위 6일부터 가동

임추위에는 손 회장을 비롯해 회추위에 들어간 다섯 명의 사외이사가 참여한다. 임추위 관계자는 “계열사 사장 및 은행 임원 인사가 계속 미뤄지고 있어 조직 안정화가 급선무”라며 “이르면 설 연휴 전에 행장 최종 후보를 선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기 행장 구도에는 손 회장의 의중이 상당히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손 회장은 “내부 출신 은행장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혀왔다.

내부 출신 중에선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 부문장과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조운행 우리종금 사장(가나다순) ‘3파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 부문장은 손 회장 최측근에서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향후 체제 안정화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정 사장은 2016년 우리은행 과점 주주 매각 당시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임추위의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장도 후보군에 들어간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우리금융의 최대 실적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오는 16일 열리는 금융감독원의 DLS 제재심의위원회 대상으로 올라 있어 임추위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조 사장은 우리은행 내부에서 영업지원, HR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잘 챙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외부에서는 우리은행 출신인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와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후보군에 올랐다. 권 대표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회를 설득해 MG손보에 300억원을 추가 출자하는 데 성공했다. MG손보가 보험판매 대리업자인 리치앤코, 우리은행 등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힘썼다. 이 행장은 2017년 취임 이후 리테일금융과 고객 기반을 확대해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업계 평가를 받고 있다.

“DLS사태 추스를 인물 필요”

임추위는 무엇보다 지난해 DLS 사태를 계기로 흔들린 조직을 추스를 수 있는 리더를 찾아야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지주사 체제 안정과 저금리 기조하에서 새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추위 의장으로 참여하는 손 회장 의중이 크게 작용할 것” 이라면서도 “과점주주 사외이사들도 각기 적합한 후보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거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마다 이름을 올렸던 ‘한일 VS 상업’ 구도가 이번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행장을 포함한 임원을 결정할 때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비중을 적절히 안배해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김정기 부문장과 조운행 사장이 상업은행 출신, 정원재·이동연 사장과 정채봉 부문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정소람/정지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