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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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은행이 내년 초까지 89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 최근 3년 새 최대 규모 감축이다. 경기 침체를 우려한 은행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은 이달 말부터 내년 초까지 국내 점포 89개를 통폐합한다. 서울에서만 47개의 점포가 사라진다. 국내에 가장 많은 점포를 둔 국민은행의 통폐합 규모(37개)가 가장 크다. KEB하나은행은 35개,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7개 점포를 통폐합한다. 우리은행도 3개 점포를 없앤다.

5대 은행의 국내 점포는 지난 6월 말 4682개에서 내년 초 4500개 안팎으로 줄어들게 된다. 내년 경영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점포 수 축소의 원인이다.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주요 수익원이던 주택담보대출까지 막혔다는 설명이다. 일부 은행은 내년 순이익 목표까지 낮춰 잡았다.

한 시중은행장은 “내년에는 수익성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며 “한 푼이라도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안팎에선 내년 이후엔 더 큰 폭의 점포 통폐합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대 은행 "내년 더 걱정"…점포 89곳 문 닫는다
“내년엔 올해 실적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주요 은행 고위관계자의 공통된 목소리다. 어느 한 곳의 특수 상황이 아니다. 은행권에서 최근 3년 새 가장 큰 폭의 점포 통폐합이 추진되는 배경에도 내년 이후 경영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대부분 종전보다 순이익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찌감치 비용절감 전략을 세우지 않고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푼이라도 더 줄여야”

5대 은행이 일제히 점포를 줄이기로 한 것은 비용 절감 및 효율화를 위해서다. 점포 크기마다 들어가는 비용은 제각각이지만, 통상 신규 점포 하나를 내려면 4억~5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등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방문자가 많이 줄어들거나 자산 성장세가 둔화한 점포를 중심으로 통폐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은 2015년만 해도 점포를 4226개(2014년)에서 5093개로 867개 늘리는 ‘확장 전략’을 폈다. 경영 기조가 바뀌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신규 점포를 내도 폐점하는 곳이 더 많아 전체 규모는 매년 쪼그라들었다. 2016년 176개, 2017년 191개를 줄이다가 2018년부터 통폐합 속도를 조절했다. 금융당국이 금융 소외계층이 생기는 걸 우려해 점포 폐쇄를 자제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2018년 초엔 27개, 올초엔 17개를 줄이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5대 은행이 내년 초까지 점포 89개를 없애기로 한 것은 그만큼 내년 경영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각 은행은 이번 통폐합에 따른 고객 불편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감소폭이 가장 큰 서울은 상대적으로 주변에 영업점이 많아 당장 통폐합해도 영향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모바일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점포 수가 곧 영업 경쟁력’이던 시대도 지났다.

일부 은행은 내년 이후에도 점포 통폐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EB하나은행은 2021년에도 내년 초와 비슷한 35개 안팎의 점포 폐쇄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규모가 작은 점포를 인근 점포와 합쳐 대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곳곳에 악재…실적 목표도 낮춰

5대 은행 중 상당수는 내년 실적 목표를 올해보다 낮춰 잡았다. 현실적으로 수익을 더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적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 고위관계자는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어떻게든 아끼고 효율화를 추진하는 게 내년 기본 전략”이라며 “내년은 물론이고 2~3년 뒤까지 생각하면 실적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새 수익원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내년 경영환경은 악재투성이다. 대내적으로는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을 옥죄는 정부정책이 부담이다. 특히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움츠러든 데 따라 대출 이자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올해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사태가 불거지면서 투자상품 판매가 위축된 것도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