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 만찬주 슈람스버그 성공비결은 전통 잇는 혁신"
리처드 닉슨에서 도널드 트럼프까지. 미국 역대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을 만날 때 빠짐없이 내놓는 술이 있다. 1965년부터 생산된 미국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 ‘슈람스버그’. ‘슈람스버그 블랑 드 블랑’은 1972년 닉슨 대통령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의 역사적인 베이징 회담에서 ‘평화를 위한 축배’의 주인공이었다. 이후 90회 넘게 정상들의 축배주로 쓰였다.

미국 최고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는 슈람스버그의 회장 휴 데이비스(54·사진)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의 부모는 버려진 지 100년 된 와이너리를 사서 나파밸리의 몸값을 끌어올린 개척자다. 포도밭에서 나고 자란 데이비스는 와인 양조의 명문인 UC데이비스에서 박사 학위를 따는 등 20대 때부터 부모님의 길을 따랐다.

그는 “슈람스버그는 혁신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나파밸리에서 술을 빚은 와이너리는 20개가 채 안 됐다. 스파클링을 만드는 곳은 없었다. 그는 “샴페인에 미쳐 있던 아버지가 1862년 독일 이민자 제이컵 슈람 부부가 조성했다가 버려둔 나파밸리 북부 와이너리를 샀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 샴페인 주조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당대 최고 와인 메이커였던 앙드레 챌리채프 등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았고, 와인 관련 논문과 서적 등을 통해 독학했다.

데이비스 회장은 매년 땅(포도밭)을 찾는 데 모든 에너지를 쓴다고 했다. 산미가 중요한 스파클링 와인은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포도에서 제대로 된 맛이 난다. 그는 “나파밸리와 소노마, 마린, 앤더슨밸리 등 내륙보다 시원한 캘리포니아 북쪽 해안가 4개 지역 121개 이상 블록에서 포도를 수확한다”며 “매년 5~10%의 포도밭을 새로 개척한다”고 했다. 그는 300종의 베이스 와인을 만들어 정교하게 블렌딩한 뒤 약 2년의 숙성 기간을 거친다. 10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한 ‘제이슈람’ 등 프리미엄 라인도 있다.

슈람스버그의 대표 와인은 백포도인 샤도네이 100%로 만든 ‘블랑드 블랑’이다. 데이비스 회장은 “혁신이란 오래된 방식을 이어가는 것, 그 위에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보라 /사진=김범준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