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간담회 "우리들병원 1400억원 대출, 담보가액 충분…특혜 없었다"
공공기관과 정부 예산안이 국회 계류 중인 가운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전문가 영입을 위해) 경영의 자율성을 확보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산은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이공계·정보기술(IT)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의 예산과 정원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토로다.

이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보고 싶지만 정부 관리감독 하에서는 회장이 월급 하나도 제대로 못 준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산은 임원 월급으로는 외부 전문가를 스카우트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는 “정부가 계속해서 공공기관 정원을 줄이라고 해서 올해 산은은 30명밖에 뽑지 못했다”며 “반면 JP모간은 1년에 1조원씩 IT에 투자한 결과 IT 인력만 5만 명”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경영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은 산은이 유망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등에 투자해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현안이 대부분 해결된 만큼 새로운 성장 먹거리를 찾아 나설 때라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글로벌 영업을 강화해 금융 영토를 넓히려고 노력 중”이라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진출이 성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최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1400억원 규모의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이 개인회생 신청 경력이 있음에도 산은에서 거액을 빌렸고, 이는 산은 내규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개인을 보고 대출이 나간 게 아니다”며 “여러 병원의 담보가 있었고 담보가액이 1000억원에 가까웠기 때문에 충분히 나갈 수 있는 대출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선 “(산은은) 당사자가 아니니 딜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구주 가격과 관련해서도 금호산업,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당사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