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곳은 동남아시아뿐이다.”

동남아 디지털금융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금융권의 ‘노다지’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에는 동남아 주요 국가의 디지털금융에서 나오는 수익이 최대 600억달러(약 7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보다 여섯 배 많은 수준이다. 이 시장을 둘러싸고 금융회사,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등 여러 사업자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한국 금융사도 예외는 아니다.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일찌감치 동남아 디지털금융 시장에서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들 '디지털금융 기회의 땅' 동남아로 간다
금융인프라 취약…성장 잠재력 높아

3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6개국의 디지털금융 서비스에서 나오는 수익은 2025년 380억~6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110억달러인 현재 수준과 비교하면 최소 세 배, 많게는 여섯 배 불어날 것이란 얘기다. 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와 구글 등이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분석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전자결제, 해외송금, 대출, 보험, 투자 등 5개 분야에서 나오는 수익을 추산한 결과다.

동남아는 성장 잠재력이 높다. 6개국의 성인 인구 약 4억 명 중 75%가 금융 접근성이 낮거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인터넷, 모바일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디지털금융 시장이 본격 형성됐다.

동남아 곳곳에선 디지털금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핀테크업체와의 인수합병(M&A), 제휴가 잇따르고 있다.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은 지난 5월 전자지갑 앱 먼페이를 인수하면서 전자결제 시장에 진출했다. 태국 카시콘은행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와 제휴해 디지털대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우리銀 신무기 출격

국내 금융사도 동남아를 겨냥한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 적극 뛰어들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9월 인도네시아에 현지인을 위한 모바일뱅킹 ‘신한 쏠 인도네시아’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해외 고객을 위한 모바일뱅킹을 내놨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캄보디아에서도 디지털금융 영토를 넓힐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캄보디아 모빌리티업체 ‘엠블(MVL)’과 손잡고 현지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 3월 베트남 현지 이용환경을 토대로 한 모바일뱅킹을 출시할 계획이다. 휴대폰을 흔들어 거래하는 방식의 ‘모션뱅킹’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에선 오토바이를 운전하느라 휴대폰을 한 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지난 5월 글로벌 전자결제 플랫폼인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를 태국에 출시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여신금융전문업체 ‘PT 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의 지분 80%를 인수했다. 이 업체를 기반으로 현지 모바일플랫폼 사업자와 제휴해 디지털 영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부터 동남아 디지털금융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화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금융사도 현지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 등을 통해 수익 창출 기회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