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가득한 세계 경제…품질경영만이 살 길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꺼져 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1년이 지나도록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버팀목인 수출마저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세계 경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중의 힘겨루기가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은 한국으로 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까지 나섰다. 한국 기업들은 동시다발 악재와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품질’을 앞세워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초기 연구개발(R&D)부터 최종 완제품이 나오는 단계까지 전체 공정의 품질 개선은 물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관련 소프트웨어 품질 경쟁력 확보에도 나섰다.

완벽주의 품질 경영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인 글로벌품질혁신실을 운영하고 있다. 1993년 삼성 ‘신경영’의 핵심도 품질혁신이었던 만큼 품질 우선은 삼성의 최고 경영철학으로 꼽힌다. 글로벌품질혁신실은 기존의 글로벌기술센터와 글로벌CS(고객 만족)센터를 통합해 확대 개편한 조직이다. 제조기술 역량과 품질관리 노하우를 접목해 삼성전자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글로벌품질혁신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JD파워가 실시한 소비자 가전 평가에서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았다. 주방·세탁 가전 평가 9개 부문 중 가장 많은 5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악재 가득한 세계 경제…품질경영만이 살 길
품질 개선을 위한 임직원들의 교육 과정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2017년부터는 품질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임직원 정규교육 과정에 품질 교육을 의무화했다. 품질과 관련성이 높은 개발·구매·제조 인력들의 직무교육엔 품질 전문 과정을 추가했다. 협력사의 품질도 꼼꼼하게 챙긴다. 삼성전자는 매년 10월 ‘환경안전 혁신데이’를 연다. 협력사 대표를 초청해 삼성전자 혁신 활동과 협력사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미래 시장 대비한 품질 확보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카(HEV)와 전기차(EV), 수소전기차(FCEV) 등 미래차 품질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2025년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167만 대를 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현대차는 또 2030년까지 ‘궁극(窮極)의 친환경 자동차’로 불리는 수소차 사업에 약 8조원을 쏟아붓는다는 중장기 계획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R&D 및 미래 기술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율주행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업체인 아일랜드의 앱티브와 손잡고 2조4000억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악재 가득한 세계 경제…품질경영만이 살 길
SK는 계열사별로 첨단 산업 분야를 습득하고 적용하며 품질 혁신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와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JIP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5세대(5G) 이동통신 △AI △클라우드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 시대를 맞이해 SK인포섹은 사이버 보안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고,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등 ‘안전’의 가치까지 제공하는 초(超)보안 품질을 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을 집중 개발하며 품질을 높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품질 경쟁력 강화

LG전자는 소프트웨어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AI와 IoT 기술이 들어간 스마트 가전시장이 커지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소프트웨어(SW)공인시험소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소프트웨어 분야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LG전자는 시스템 검증 솔루션인 ‘테스트프레소(TestPresso)’도 개발했다. 글로벌 인증기관인 독일의 ‘TUV SUD’로부터 전기·전자 시스템 기능안전 국제표준과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표준 등을 만족한다는 인증을 받아 검증 솔루션의 안전성도 입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