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수요 점차 회복…D램 가격 내년 상반기 반등하나
반도체업계 실적은 ‘상저하고(上低下高)’ 양상을 보인다. 1~2분기는 비수기지만 3분기부터 반도체업계가 계절적 성수기를 맞이한다. 하반기 스마트폰 신제품이 쏟아지고 서버 업체 등의 시설 투자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실적은 ‘상저하저(上低下低)’로 가는 양상이다.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도 나빠졌다. 3분기 성수기를 맞아 수요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D램 가격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도체 ‘슈퍼 호황기’ 때 업계가 앞다퉈 공급량을 늘린 탓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도에 시설 투자를 줄이고, 제품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공급 과잉에 대응할 계획이다.

○삼성·SK, 3분기 영업이익 급감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3조50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2분기(3조4000억원)보다 10.3%, 전년 동기(13조6500억원) 대비 74.4% 급감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4726억원)은 13분기 만에 처음으로 5000억원을 밑돌았다. 전 분기(6376억원)보다 26% 감소했다. 1년 전(6조4724억원)에 비해서는 93% 급감했다.
서버 수요 점차 회복…D램 가격 내년 상반기 반등하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주문이 늘었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폭을 상쇄하지 못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10월 D램 고정거래가격(DDR4 8Gb 기준)은 전달보다 4.42% 떨어진 2.81달러를 기록했다.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반도체 제조업체들과 ‘눈치작전’을 벌이던 글로벌 서버 업체들이 조금씩 구매를 재개하면서다. 3분기 스마트폰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도 늘어났다. 여기다 더해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한 고객사들이 ‘선행 재고’를 확보한 영향도 있었다. 반도체업계가 쌓아 놓은 재고량도 3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큰 폭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4분기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3분기에 ‘선행 재고’를 쌓아둔 고객사들이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다시 지갑을 닫을 수 있어서다.

○내년 상반기 재고 정상화 기대

삼성과 SK는 대외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산과 투자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며 “전체 투자금액도 올해와 비교해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전환에 따른 소극적 감산 가능성도 시사했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커지고 있는 상보형 금속산화막 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1분기 관련 생산라인을 확대해 반도체 라인 최적화에 나설 것”이라며 “2020년 상반기 중 D램 재고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D램 생산 라인 일부를 CMOS 이미지센서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D램 생산 규모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다.

반도체 시황을 좌지우지하는 서버 고객의 수요는 내년 상반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부사장은 “서버 고객사들이 내년 수요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 부사장도 “본격적인 서버 고객들의 수요 정상화 시점은 내년 1분기 말, 2분기 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걷히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그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정보기술(IT) 시장 및 글로벌 서버 업체들의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전 부사장은 “2020년에는 서버 고객 수요가 회복되고,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제품 고용량화가 기대된다”면서도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전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