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파티' 여는 호텔들…'이태원 클럽'을 통째로 옮겨놓다
지난 19일 오후 9시 서울 한강로3가 드래곤시티호텔 31층. 젊은이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파티를 하고 있었다. 실내 온도는 영상 12도. 물에 들어가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수영장에서 술을 마시고, 즐기는 ‘풀파티’ 참가자들은 계절을 잊은 듯했다. 드래곤시티호텔은 파티를 위해 수영장이 있는 와인바 킹스베케이션을 클럽으로 개조했다.

풀파티를 여는 호텔이 늘고 있다. 새로운 이용자층으로 떠오르는 20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드래곤시티호텔은 풀파티를 위해 클럽과 손을 잡았다. 파티를 기획한 김하림 드래곤시티호텔 주임은 “클럽처럼 파티를 운영하기 위해 강남의 클럽 페이스와 협업했다”고 했다. 영업도 클럽 방식으로 했다. 클럽에서 파티를 기획하는 상품기획자인 MD에게 판매를 맡겼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고급스러운 호텔의 이미지와 클럽식 수영장 파티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파티가 열린 스카이킹덤은 모험을 했다. 이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김 주임은 “성과가 좋아 풀파티를 계속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풀파티의 원조는 서울 이태원 해밀톤호텔이다. 외국인이 모이는 지리적 여건, 이에 따른 개방적 문화, 주변에 있는 수많은 클럽 등이 해밀톤의 풀파티를 유명하게 한 요인이다. 몇 년 전부터 해밀톤의 풀파티를 보수적 호텔 상당수가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 등이다. 파라다이스시티호텔은 작년 9월에 4개 층 규모의 클럽 크로마를 열었다. 이 중 4층엔 실내 수영장이 있어 여름 내내공연 형식의 풀파티를 열었다.

젊은이들이 호텔로 모이자 주류업계가 주도적으로 호텔에서 풀파티를 하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8월 수입 맥주 쿠어스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 수영장을 통째로 빌려 파티를 했다. 하루 최대 1400명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호텔들이 풀파티 등 클럽식 이벤트를 여는 것은 호텔 이용자가 계속 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대와 30대 사이에서 ‘호캉스’와 풀파티는 이미 대중화돼 있다는 게 호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풀파티만의 장점도 있다. 넓은 수영장에서 하기 때문에 클럽보다 훨씬 쾌적하다.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장르의 DJ가 음악을 담당해 클럽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드래곤시티호텔 풀파티에서 만난 한 참석자는 “호텔 풀파티는 클럽과 달리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대와 30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호텔들의 변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