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의 알쓸커잡] 와이파이 없어도 잘 나가는 호주식 카페의 비밀
세계 커피 시장에선 요즘 호주의 커피 문화가 이슈입니다. 4~5년 전부터 런던,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호주식 카페 문화가 번지고 있습니다. 호주의 커피 문화가 도대체 뭐길래? 영국 일간 가디언은 “뉴욕과 런던의 커피가 사람들을 깨우고 일하게 하는 연료라면, 멜버른의 커피는 삶 그 자체”라고 설명합니다.

멜버른과 시드니에 가면 알 수 있습니다.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작은 카페들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는 쉴 틈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립니다.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대신 바리스타와 날씨, 오늘의 기분, 커피 맛에 대한 수다를 떱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브런치 등 간단한 식사를 즐깁니다. 커피 본연의 맛을 여유있게 즐기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호주의 카페 문화가 다른 나라 대도시로 확산된 건 아닐까요.

호주에 커피 문화를 전파한 건 유럽 이민자들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1960년대 이민 붐이 일었습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멜버른 항구를 통해 카페 문화를 선보였지요. 자연과 브런치 문화, 오래된 서핑 문화와 레저가 결합하며 호주의 커피 문화는 꽃을 피웁니다. 멜버른은 그리스 이민자들이 늘면서 카페가 번성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멜버른은 그리스 외 지역에서 가장 많은 그리스인이 사는 도시입니다. 호주의 커피 문화는 다크로스팅하는 유럽식 에스프레소를 중심으로 시작돼 신선한 원두를 살짝만 볶아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로스팅으로 진화했습니다. 멜버른 항구를 통해 좋은 원두가 수시로 들어와 굳이 진하게 태울 일이 없어졌던 것이죠.

‘커피 강국’ 호주에선 한국인 바리스타들이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커피 관련 각종 경연의 챔피언을 수차례 한국인이 차지했고, 세계 대회에 나가 수상한 사람들도 적지 않죠. ‘워킹 홀리데이’로 갔다가 커피 장인이 돼 돌아온 바리스타와 로스터도 많습니다. 이들은 모멘토브루어스, 플라스크, 써머레인, 4B, 오지힐 등 서울의 ‘호주 커피 명소’를 만들어냈지요.

호주 커피의 감성을 느끼고 싶거나 호주 커피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면…. 10월 12일 ‘2019 청춘 커피페스티벌’에 오세요. 채선주 테라로사 바리스타는 ‘바리스타에서 국제대회 심사위원이 되기까지’를 주제로, 이기훈 듁스커피 바리스타는 ‘무엇이 호주 커피를 특별하게 만들었나’를, 김성지 4B 바리스타는 ‘한국인에게 플랫화이트란’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설 예정입니다.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