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C, 수십억 규모 위주
기관투자가는 '거액 넣기' 꺼리고
장기투자 인내심 부족도 원인
한국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은 아홉 곳이다. 미국(196개) 중국(98개)보다 적지만 일본(3개) 프랑스(5개)보다 많다. 하지만 주요 투자자 면면을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외국계 벤처캐피털(VC)이다. 한국 VC들이 국내외에서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선 과감하면서도 발 빠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매년 글로벌 유니콘 기업 명단을 발표하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한국에선 쿠팡(90억달러) 크래프톤(50억달러) 위메이크프라이스(27억달러) 우아한형제들(26억달러) 비바리퍼블리카(22억달러) L&P코스메틱(18억달러) GP클럽(13억달러) 등이 유니콘 기업 명단에 올랐다.

이들 기업에 돈을 댄 투자자들을 보면 수십억원의 초기 투자엔 한국 VC도 많이 참여했지만 수천억원 규모로 넘어가면 대부분 외국계가 독식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초기에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국내 VC에서 투자를 받았지만 이후 미국 세쿼이아캐피털, 중국 힐하우스캐피털그룹, 싱가포르투자청 등에서 거액을 투자받으면서 지금은 주요 주주가 모두 외국계 투자자로 바뀌었다.

쿠팡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3조원 넘게 투자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서비스하는 크래프톤은 중국 텐센트에서 5600억원을 투자받았다. GP클럽은 미국 골드만삭스, L&P코스메틱은 크레디트스위스와 대만 CDIB캐피털이 주요 투자자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국내 VC에 돈을 대는 큰손이 대개 정부나 정부의 입김을 크게 받는 기관 자금이다 보니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한 스타트업에 많아야 수십억원 투자하는 데 그치고, 투자 결정도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벤처 투자 활성화가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빅베이슨캐피털의 윤필구 대표는 “대기업의 벤처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선 스타트업의 기술을 빼가지 않는다는 인식, 중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인내심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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