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담배 업체 '쥴랩스'의 케빈 번스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하면서 국내 전자담배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에서도 마케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25일(현지시간) 번스 CEO가 일제히 사퇴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률을 높이는 주범으로 꼽히는 등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쥴랩스의 전자담배 쥴은 2015년 출시된 후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40%를 장악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앞서 번스 CEO는 "전자담배는 그들을(청소년층)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부모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비흡연자들에 대해서도 "여러분은 우리가 추구하는 고객이 아니다"라며 전자담배 흡연을 시작하지 말 것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쥴랩스 측의 의도와는 달리 미국 내 청소년 흡연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뉴욕주 보건 당국에 따르면 고교생 흡연율은 2014년 10.5%에서 2018년 27.4%로 급증했다. 특히 고교 졸업반 학생들의 흡연율은 40%에 육박했다.

미국에서 전자담배 규제는 갈수록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주에 앞서 그레첸 위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이달 초 가향 전자담배의 판매를 금지하는 긴급 조치를 주 보건 당국에 지시한 바 있다.

연방정부도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주 전자담배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전자담배 업체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엄청난 부자 회사가 됐다"며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이 아파하도록, 청년들이 병들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는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미국에서 '전자담배 OUT'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내 전자담배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5월 국내에 출시한 쥴은 '전자담배의 아이폰'이라는 별칭까지 붙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업계에서는 쥴이 침체된 국내 담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소비 활동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었다.

허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쥴 출시로 계속 감소하던 담배 매출도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고 상품이익률도 일반 담배보다 높아 편의점 매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자담배는 유통마진이 기존 담배보다 높기 때문에 쥴 사용자 비중이 늘어날수록 편의점의 매출총이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국내 담배 1위 업체인 KT&G도 '릴 베이퍼(LIL VAPER)'를 출시하고 전자담배 시장에 합류했다. 업계는 전체 담배 시장에서 전자담배 점유율이 2017년 2.2%에서 올해 상반기 11.8%까지 증가한 것으로 예상하고 전자담배 라인업을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번스 CEO의 사퇴로 국내에서도 마케팅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번지고 있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쥴의 논란이 국가적으로 커진 상황"이라며 "쥴랩스 CEO 사퇴나 미국 내 전자담배 제재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결국 청소년 흡연과 유해성 논란이 핵심인 만큼 국내 사업자들도 마케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쥴랩스코리아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아직까지 국내 영향은 크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본사 차원에서 별도의 지침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