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명절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곳곳에 추석 선물세트가 진열됐고, 판매 사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연중 최대 ‘대목’인 추석을 맞이하는 올해 유통·식품업계의 각오는 비장하다. 소비시장의 주도권이 온라인에 넘어간 상황에서 명절 선물세트만은 아직까지 오프라인 유통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적합한 주요 유통사의 대표 선물세트를 가격대별로 살펴봤다.
백화점·마트 '가성비 추석선물' 승부…"온라인에 대목 뺏길 수 없다"
가성비 높은 5만원 미만 선물

5만원 이하 선물세트는 마트에 많다. 키워드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다.

이마트는 가성비 높은 상품으로 사전 기획을 통해 칠레에서 대규모로 수입한 와인을 꼽는다. 도스코파스 까버네쇼비뇽과 레드블렌드 각각 한 병으로 구성된 선물세트 가격은 9800원. 이마트가 한 번에 100만 병 구매를 약속하고 현지 와이너리에서 초저가로 가져온 와인이다. 이달 초 출시 이후 지금까지 18만 병 이상 팔렸다. 실속형 추선 선물로도 인기를 끌지 주목된다.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여섯시 오븐’의 선물세트도 눈길을 끈다. 여섯시 오븐은 작년 5월 롯데백화점 서울 잠실점에 첫 입점한 유기농 건강 베이커리다. 계란, 설탕, 이스트 등을 넣지 않고 밀가루와 천연 효모, 물로만 반죽한 뒤 자연 발효했다. 빵이 나올 때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롯데백화점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이 “여섯시 오븐 같은 사례를 많이 만들자”고 말했을 정도로 소비자를 불러모으고 있다.

여섯시 오븐은 이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처음 선물세트를 내놨다. 시금치 큐브 식빵, 통곡물 그대로 식빵, 무화과 오랑쥬, 크랜베리 깜빠뉴 등으로 구성된 천연 발효빵 세트를 3만3000원에 판매한다.

5만~10만원대 농산물 많아

5만~10만원대는 농·수산물이 선물세트로 많이 나온다. 부정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물 상한액(10만원) 이하의 상품이다. 29일부터 일제히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하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가격대이기도 하다.

롯데마트는 당도 높은 과일을 앞세웠다. 사과, 배 중에서 특히 당도가 높은 것만 선별한 ‘천하제일 선물세트’를 9만9000원에 내놨다. 이마트는 ‘피코크 고당도 장수사과’를 내놨다. 전북 장수에서 재배한 프리미엄 사과 12개를 넣었다. 당도가 14브릭스 이상이며, ‘대과’에 속하는 알이 큰 것들로 구성했다. 가격은 8만8000원이다.

홈플러스는 태국에서 수입한 망고(중과) 9개가 든 ‘망고세트’를 5만4000원에 판매한다. 태국 망고 중에서도 맛이 달콤하고 향이 강한 ‘남독마이’ 망고를 담았다. 비행기로 들여와 과일의 상태가 좋다는 설명이다.

고가는 한우와 참조기

백화점들은 10만원 넘는 고가 선물세트 판매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한우와 굴비가 많다. 한우는 모든 백화점이 주력으로 내놓고 있는 상품군이다. 친환경 1++ 등급 한우로 등심, 국거리, 불고기 등으로 구성된 롯데백화점의 ‘친환경 순우한 냉장세트 2호’(26만8200원)와 등심, 채끝, 안심 등 구워먹기 좋은 부위를 200g 단위로 소포장한 현대백화점의 ‘현대 한우 실속 포장 국세트’(25만원) 등이 있다.

수산물 중에선 제주 인근 바다에서 잡은 은갈치와 옥돔 두 마리씩을 담은 롯데백화점 선물세트(13만8000원)와 자염, 죽염, 해양심층수 소금, 게랑드 소금 등으로 밑간한 현대백화점의 ‘영광 참굴비 세트’(26만원)가 대표 상품이다.

100만원 이상 초가가 상품 중에선 롯데백화점의 ‘L-No.9 한우 세트’(135만원)가 매년 인기다. 1++ 등급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 ‘넘버 9’으로만 구성했다. 명절 때마다 100세트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물량이 소진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