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가량 늘어난 513조원대 규모로 짠다. 2017년 4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문재인 정부 3년 만에 100조원이 불어나는 ‘초(超)슈퍼 팽창 예산’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현재 37.2%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9%대 후반으로 오를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과 경기 하방 위험 등을 감안해 올해 대비 약 9%대 초반 증가한 513조원대 수준으로 편성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오는 26일 당정협의와 29일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고, 다음달 3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세수가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그는 “내년 법인세 등 세수 여건이 올해보다 어렵기 때문에 적자국채 발행 규모도 늘어난다”며 “국가채무 비율은 39%대 후반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초 국회에서 확정된 추가경정예산안을 기준으로 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7.2%다.

홍 부총리는 전날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일본의 추가 조치가 현실화하지 않은 만큼 기존 대책의 틀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또 이날 오후 열린 국책·민간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일본의 반응에 따라 경제적 측면에서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쉽게 걷히지 않을 수 있다”며 “일각에서는 당초 전망과 달리 내년 글로벌 경기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0%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2%에서 2.1%로 낮췄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3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3%에서 2.1%로, 내년은 2.5%에서 2.2%로 각각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무디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6곳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가 아시아 지역 수출 성장을 저해했다”고 설명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