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식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의미하는 ‘페로니즘’의 부활 우려가 커지면서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친(親)시장주의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대선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에게 크게 뒤지면서 증시가 폭락하고 통화가치도 추락했다.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 메르발지수는 개장 직후 10% 이상 떨어지기 시작해 전 거래일 대비 37.9% 폭락한 27,530.80에 장을 마쳤다. 블룸버그는 “이날 주가는 달러화 기준으로 치면 48% 하락한 것”이라며 “지난 70년간 세계 94개 증시 중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이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도 하루 만에 18.8% 추락해 달러당 57.3페소로 마감했다. 이날 페소·달러 환율은 한때 62페소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페소화 가치 하락폭이 줄었다. 중앙은행은 페소화 가치 방어를 위해 5000만달러 규모의 보유 달러를 매각하고 페소화를 사들였다. 아르헨티나의 유로화 표시 국채 가격도 9% 하락했다.

이 같은 금융시장 충격은 전날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 결과 때문이다. 10월 말 대통령 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마크리 대통령을 15%포인트 이상 격차로 따돌렸다. 페르난데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아르헨티나는 4년 만에 다시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교체된다. 게다가 페르난데스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2007~2015년 집권 당시 공무원 증원, 연금 확대 등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펴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 인물이다.

시장에선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재연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아르헨티나의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이제 5년 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을 75% 이상이라고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