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이는 시큼함, 입안에 남아 있는 텁텁함….‘콤부차(kombucha)’를 처음 마신 사람들의 반응이다. ‘식욕이 사라지는 맛’ ‘어릴 때 엄마가 온갖 잡곡을 넣어 우린 떫은 물 맛’ 정도로 묘사된다. 히비스커스부터 오렌지까지 콤부차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하다.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등 색깔도 다채롭다.콤부차. 국내외 유명 연예인들이 물 대신 마시는 것으로 알려지며 미국 등지에서 한 차례 돌풍을 일으킨 음료다. 이름도 생소한 마실거리가 올여름 국내 음료업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효모 우린 맛에 빠진 밀레니얼 세대콤부차는 3~4년 전부터 미국에서 ‘건강 음료’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녹차나 홍차 등 차를 우린 물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음료다. 진짜 버섯은 아니지만 버섯처럼 생겨 ‘홍차 버섯’이라 불리는 콤부차 균을 찻물에 배양해 마신다. 아임얼라이브, 부루구루, 어니스트 등이 최근 뜨는 국내 콤부차 전문 업체다. 해외 브랜드로는 캡틴 콤부차, 원더드링크 등이 있다.유통업계에서 콤부차는 ‘핫 아이템’이다. 뚜껑만 따면 바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제품이 인기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콤부차를 처음 선보인 2017년 이후 콤부차 판매액은 매년 10%씩 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30.8%나 판매가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포르투갈 브랜드 캡틴 콤부차를 들여온 후 콤부차 상품 종류를 늘리고 있다. 올 들어 판매액만 지난해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가을 추석 선물세트로 콤부차를 내놓을 예정이다.콤부차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게 된 것은 건강에 신경쓰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덕분이다. 이들의 소비 생활은 부모 세대보다 주택·거주 비용은 적게 들이고, 레저나 건강·웰빙 등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다.‘다이어트 핫템’ 되자 대기업도 눈독콤부차 열풍은 ‘셀럽’들이 만들어냈다. 시작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연예인들이다. 미란다 커, 올랜도 블룸, 린지 로언 등 해외 스타들이 수년 전 콤부차를 마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건강 및 미용 음료로 인기를 끌게 됐다. 국내에선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상품을 소개하며 알려졌다. “부기를 빼주고 독소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과거 유행한 디톡스 주스의 인기를 이어받았다. 24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콤부차’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은 1만2600여 개. 영어 ‘#kombucha’(150만여 개)로 검색할 때에 비해 숫자는 미미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필수 ‘핫 템’이 됐다.콤부차 시장이 커지자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빙그레는 지난 4월 차 전문 브랜드 ‘티로드’를 내세우며 콤부차 시장에 진출했다. 오리지널·깔라만시 2종을 내놨다. 차 전문업체 티젠은 분말 형태의 콤부차를 만들었다. LVMH그룹의 화장품 브랜드 ‘프레쉬’가 콤부차 에센스를 내놓는 등 콤부차 성분을 넣은 뷰티 제품도 등장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능성 식품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어 트렌드를 좇기 위해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야”라며 “올여름 콤부차는 칼라만시, 곤약, 노니를 잇는 건강기능식품 아이템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콤부차는 동양에서 시작됐다. 원래 중국 진시황이 마셨다는 설이 있고, 위키피디아에는 몽골이 원산지로 기록돼 있다.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스페셜티 커피와 함께 프리미엄 차(茶) 시장도 커지고 있다.커피에 집중하던 커피 전문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2016년 미국 본사가 인수한 차 브랜드 티바나를 앞세운 ‘티바나 바’ 매장을 열었다. 전 세계 유일하게 국내에서만 운영 중이다. 전국에 7개 매장이 있다. 직원이 티백에 넣지 않은 차 재료를 우려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해 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며 “건강한 콘셉트를 추구하는 트렌드에 힘입어 커피와는 차별화된 마실 거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투썸플레이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티 브랜드 TWG를 2017년 들여와 ‘티 베리에이션’ 음료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이디야도 2016년 말 자체 블렌딩티 메뉴를 내놨다. 이디야커피의 차 음료 판매량은 2016년 350만 잔에서 지난해 약 세 배 뛴 940만 잔을 기록했다. SPC그룹도 블렌디드 티 브랜드 ‘티트라’를 작년 12월 내놓고 파리바게뜨 파스쿠찌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프리미엄 티 하우스도 최근 몇 년 동안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청담동 ‘트리아농’과 ‘데칸트 청담’, 이대 ‘티앙팡 오후의 홍차’ 등이 있다. 차 한 잔 가격은 7000~9000원대. 서울 이태원 ‘굿애프터눈’, 방배동 ‘메종 드 메르’, 양재동 ‘릴리블랑’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주 언급되는 티 전문점이다.여러 곳에 매장을 연 티 전문점도 등장했다. 홍차 전문점 ‘클로리스’는 서울 신촌 본점을 비롯해 역삼, 잠실 등에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밀크티와 홍차 빙수를 대표 메뉴로 내세우고 있다. 2015년 문을 연 ‘룩아워티’는 루이보스 티, 블렌디드 말차 등을 판다. 현재 4개 매장을 열었다. 프리미엄 티가 디저트 메뉴로 인기를 끌자 호텔들도 애프터눈 티를 선보이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애프터눈 티 세트에 커피와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뷔페를, JW 메리어트 동대문은 제철 과일을 활용한 애프터눈 티 세트를 내놨다.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제주산 녹차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국산 프리미엄 티 브랜드 ‘오설록’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오설록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고(故) 서성환 회장이 한국 고유의 전통 차(茶)문화를 부흥시키기 위해 1979년 선보인 브랜드다. 당시 제주도 한라산 남서쪽 도순지역 황무지를 녹차밭으로 개간해 현재까지 제주도에서 차밭을 운영하고 있다.40주년 맞아 ‘햇차 페스티벌’ 열어오설록은 1980년대부터 10여 년에 걸쳐 제주도의 서광, 돌송이, 한남 등 여러 지역에 총 100만 평 규모의 유기농 차밭을 일궈냈다. 정성 들여 재배한 찻잎을 먹기 좋은 형태의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 오설록이 지향하는 ‘제주 자연의 풍미와 건강함을 전달하는 일’이다.오설록은 올해 40주년을 맞아 ‘40번째 봄, 제주로부터’를 주제로 ‘제12회 햇차 페스티벌’을 열었다. 올해의 햇차 페스티벌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5일 동안 서귀포시 오설록 서광차밭 일대에서 열렸다.이 햇차 페스티벌은 오설록이 매년 이어오는 행사다. 차를 마시면서 진정한 휴식을 누릴 기회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려는 취지다. 올해는 40주년을 맞아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구성했다. 사진 찍기 좋은 녹차 잔 조형물, 대형 오프레도 조형물, 트릭아트 포토존 등을 갖춰놨다. 오설록 차밭에서 채엽해 만든 햇차도 맛볼 수 있게 했다. 행사 기간 매일 오후 4시엔 꽃잠프로젝트, 정승환, 요조 등 가수들의 콘서트를 열었다. 오설록 티 뮤지엄 야외공원에서는 목욕할 때 쓰는 ‘바스 티’를 만드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국화, 라벤더, 햇차 등 12개의 차 원료 중 세 가지를 선택해 바스티를 만들었다.제주 자연의 맛과 향을 담아오설록의 제주 차밭은 화산섬이라는 특수한 자연조건 속에서도 차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흙, 물, 빛, 바람, 안개 등 다섯 가지 좋은 요소를 갖추고 있다.오설록은 제주 차밭의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서광, 돌송이, 한남 등 오설록 차밭이 있는 화산회토는 유기물 함량이 높아 차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 100만 평 규모의 오설록 차밭은 사계절 내내 강한 바람이 불어와 대기 순환을 촉진하고, 찻잎의 양분 흡수를 극대화시킨다. 안개도 자연 차광 효과를 내 찻잎을 더 선명하게 자라도록 돕는다.서귀포시 도순동에 있는 돌송이차밭은 어렵게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가장 오래되고 비밀스러운 차밭이다. 눈 쌓인 한라산 정상의 모습, 연녹색으로 뒤덮인 차밭이 서로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는 것을 보고 감탄사 ‘오’와 눈 ‘설’을 합쳐 ‘오설록’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돌송이차밭의 차는 빛과 물, 바람이 만드는 향이 특징이다. 밤에는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이, 낮에는 서귀포 앞바다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바람이 큰 일교차를 발생시키는데, 차나무가 이런 환경을 견뎌내며 특유의 향을 갖게 된다. 겨우내 잠자던 차의 새싹이 싹을 틔우는 4월이면 돌송이차밭 일대에는 싱그러운 차 향기가 퍼진다.서귀포시 안덕면의 서광차밭은 오설록 티 뮤지엄이 자리잡은 곳이다. 서광차밭에 넓게 분포된 중문통이라는 토양은 찻잎을 더욱 짙게 하는 광합성 활동을 돕는다. 중문통에는 다른 흙에 비해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이 미네랄은 뿌리로 흡수돼 엽록소 생성과 광합성 활동을 촉진시킨다.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한남차밭은 오설록 차밭 중 가장 최근에 조성됐다. 그동안 오설록이 쌓은 노하우와 경험, 기술을 집약시켰다는 설명이다. 한남차밭의 가장 큰 특징은 흙과 물, 바람이 만들어내는 맛이다. 최적화된 자연환경과 오설록의 노하우가 만난 한남차밭에서는 최고 품질의 녹차와 다양한 향미의 발효차가 나오고 있다.신품종 개량에도 힘써오설록은 녹차 재배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차 품종을 개량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의 USDA-NOP 인증, 유럽의 EU-Organic 인증 등 유기농 재배 인증을 받았다. 일정 기간 빛을 차단하고 재배하는 차광 재배, 한국 고유의 찻잎을 기반으로 신품종 개발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에선 ‘오설록 1979’를 운영하면서 ‘오설록 1979 애프터눈 티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차와 어울리는 스낵을 함께 제공해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음식문화를 조성해나가는 것이다. 오설록의 대표 제품은 매년 소량만 나오는 어린 찻잎으로 만든 ‘일로향’(60g·17만원대), 이른 봄에 채엽해 전통방식으로 덖어낸 고급 차 ‘우전’(60g·8만원대), 대중적이고 맛이 좋은 ‘세작’(80g·4만원대), 달고 구수한 ‘덖음차’(50g·1만5000원대) 등이 있다.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