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순자산이 4억1596만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1664만원(4.1%)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2009년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금융자산 증가 폭은 역대 가장 작았다. 부동산 경기가 둔화된 가운데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실질적인 소비 여력이 더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 순자산 1664만원 늘었지만…금융자산 대신 부동산만 올랐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18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순자산은 1경5511조7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8.2%(1174조4000억원)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순자산 비율은 8.2배로 1년 전(7.8배)보다 상승했다.

지난해 국민순자산 증가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늘어난 1174조원 중 절반인 584조원이 토지 가치 증가분이다. 지난해 토지와 건물 자산 가치는 각각 7.6%, 8.2%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신도시, 혁신도시 등의 택지 개발이 증가하면서 토지 자산 가치가 전국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순자산은 872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국민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57.7%에서 지난해 56.3%로 소폭 줄었다. 1인당 순자산은 4억1596만원으로 추정됐다. 가구의 순자산 증가도 대부분 부동산 가치 상승 영향이다. 지난해 가구 순자산을 부문별로 보면 건물, 토지 등 비금융자산 가치가 전년 대비 7.9% 늘었다. 통계작성 후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반면 금융자산 증가 폭은 역대 가장 작은 1.7%에 그쳤다. 비금융자산 증가폭이 금융자산 증가폭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주식 시장 부진, 저금리 등으로 금융자산 증가폭이 미미한 가운데 그나마 부동산 시장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해 가계 순자산이 늘어난 것이다. 자산이 부동산 위주로 늘어난 데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1.5%)을 감안하면 가계의 실질적인 소비 여력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금융 자산 증가 폭이 금융자산을 크게 웃돌면서 가계 순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가계 순자산 중 주택 비중은 50.5%, 주택 외 부동산은 25.7%로 76.2%에 달했다. 2017년 75.4%였던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주요 선진국 중 가계소득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3을 넘어서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