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국처럼 비과세 금융상품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나라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 비과세 상품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주택청약종합저축, 비과세종합저축, 농협·신협·새마을금고 예탁금, 농·어가 목돈마련저축, 장기저축성보험, 우리사주 등 12개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회 관계자는 “필요할 때마다 해외 제도를 베껴서 갖다 붙이다 보니 금융상품 비과세·감면 제도가 누더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ISA는 소득이 있거나 어민 등 일부에만 혜택이 돌아간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난다. 연소득 4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대표적 절세 상품인 연금저축 등 개인연금계좌 가입률이 10%에 못 미친다. 반면 연 8000만원 초과 소득자의 개인연금계좌 가입률은 60%를 넘는다. 고소득층은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부동산펀드, 하이일드펀드, 비과세종합저축, ISA 등 다양한 상품에 모두 가입해 혜택을 누린다.

ISA를 이미 도입한 일본과 영국의 비과세 금융상품은 단순하다. 2014년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도입한 일본은 가입 대상에 제한이 없다. 투자 수익에 대해 전면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도 특징이다. 2017년 9월 말 기준으로 총 계좌 수가 1100만 개, 투자금액이 11조8716억엔(약 120조4850억원)에 달하는 이유다. 일본의 NISA도 처음부터 순항했던 것은 아니다. 제도 도입 시 만 20세를 대상으로 했다가 가입자 수가 정체되자 2016년부터 만 0~19세를 대상으로 한 주니어 NISA를 도입했다.

영국은 ISA를 중심으로 비과세·감면 제도를 통합했다. 여러 개 저축상품에 각기 별도의 조세를 지원하기보다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연령별로 구분된 계좌에 세제를 지원한다. 일반 ISA, 주니어 ISA를 도입해 가입 한도 내에서 발생한 모든 이자·배당소득과 자본이득에 비과세 혜택을 준다. 주택 마련 또는 은퇴자금 마련으로 목적이 정해져 있는 투자는 ‘라이프타임’ ISA를 통해 지원한다. 투자자가 납입한 금액의 25%까지 정부가 매칭 지원해주고,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자본이득에 대해 비과세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