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해 보험금을 대신 받아주는 불법 브로커가 늘고 있다. 중도해지한 보험계약에 대해 납입보험료 전액을 돌려받게 해주겠다는 광고도 유튜브와 블로그 등에 등장했다. 폐해가 적지 않다. 보험사는 악성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납입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하고 착수금만 날리는 소비자도 속출하고 있다.

"보험금 대신 받아줍니다"…불법 보험브로커 '활개'
착수금 5만~15만원

분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5월 유튜브에 납입보험료를 모두 찾아준다는 광고를 낸 브로커를 찾았다. 올해 초 중도 해지한 종신보험의 해지환급금이 기대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브로커는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에 대신 민원을 넣어주겠다며 착수금 10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브로커로부터 약속받은 납입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했다. 브로커와 통화도 되지 않았다. A씨는 “하루 매출이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데 착수금 10만원을 줬다”며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할 만큼 큰 금액도 아니라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브로커들은 보험계약을 중도해지했을 때 납입보험료보다 적은 해지환급금을 돌려받는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이 체결되면 보험설계사 수수료를 먼저 뗀다. 이후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얻은 수익으로 이를 채운다. 보통 보장성보험은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해야 해지환급금이 납입보험료와 비슷해진다.

브로커의 활동은 주로 패턴이 정해져 있다. 보험사에 민원을 넣은 뒤 1~2주가 지나면 금융감독원에 다시 민원을 넣는 형식이다. 민원을 넣을 땐 주로 보험설계사의 설명이 부족했다거나, 자필 서명이 아니라는 트집을 잡는다. 납입보험료를 타내지 못해도 손해볼 건 없다. 5만~15만원에 이르는 착수금을 돌려주지 않아서다. 브로커들은 최근 포털사이트에 상담 결과를 등록하는 등 홍보도 늘리는 추세다.

브로커 활동, 변호사법 위반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난 상황에선 브로커들에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브로커가 보험설계사의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고 주장해도 반박할 증거가 마땅치 않아서다. 브로커들이 민원을 넣을 때마다 매번 필적감정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금융감독원에 반복적으로 민원을 넣으면 보험사는 소비자 보호 관련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어쩔 수 없이 보험금을 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엔 보험사가 보험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상품 주요 내용을 다시 설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상품 설명 내용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서다.

그나마 보험사들은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브로커의 설득에 넘어간 보험 소비자를 보호할 대책은 미흡하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납입보험료를 돌려받고 싶어 하는 이들은 주로 소득이 낮은 노인이나 서민이 대부분”이라며 “브로커 활동이 변호사법 위반 행위인 만큼 금융당국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지환급금

소비자가 보험료 납입 만기 전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경우 돌려받는 돈. 보험사는 보험설계사 수수료를 먼저 떼기 때문에 중도해지한 소비자에게 납입보험료보다 적은 해지환급금을 돌려준다. 종신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최소 10년 이상 돼야 납입보험료와 해지환급금 규모가 비슷해진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