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한 해외 송금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한 송금액(개인 기준)은 2017년보다 2.5배 증가했고, 이용자 수도 1.9배 늘었다.

국내 부동산 규제·증시 부진에 해외부동산 투자 송금 급증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외 송금·환전 이용현황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외 송금 이용자의 67%인 외국인을 제외한 내국인(33%)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 투자용 송금 건수는 2017년 대비 1.8배 증가했다. 연구소는 “국내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증시가 부진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었다”며 “송금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투자 국가도 다양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한 송금을 국가별로 따져보면 이용 고객의 31.9%가 미국으로 송금해 1위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24.9%)와 베트남(21.6%)에 부동산 투자를 위해 돈을 보낸 고객도 많았다. 캐나다(8.1%) 필리핀(5.9%) 태국(4.8%) 영국(2.9%) 등이 뒤를 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도 해외 부동산 투자용 송금이 가장 많은 곳은 미국(70%)으로 집계됐다. 캐나다와 베트남이 각 9.1%, 7.6% 비중으로 2, 3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말레이시아(7.2%) 영국(4.3%) 태국(1.2%) 필리핀(0.6%) 순이었다.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한 1인당 평균 송금액 1위 역시 미국(97만6000달러)으로 나타났다. 65만1022달러를 기록한 영국이 2위, 50만3751달러인 캐나다가 3위에 올랐다. 이어 베트남(15만6691달러) 말레이시아(12만8754달러) 태국(11만1929달러) 필리핀(4만5004달러) 순이었다. 동남아시아가 부동산 투자 관심 대상으로 급부상했지만 아직 소액 투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기업 고객의 해외 부동산에 대한 직접 투자 송금액도 2017년보다 4.1% 증가했다.

연구소 측은 “개인 간 송금 및 유학자금 송금이 여전히 해외 송금의 주류인 가운데 최근 들어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한 송금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내국인의 1인당 평균 해외 송금액은 3만6000달러로, 연 3회가량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유학·연수용 1년간 평균 송금액은 고등학생 이하가 3만8719달러로, 대학생(2만2859달러)보다 많았다. 송금거래 건수 기준으로는 대학생이 55.8%로 비중이 가장 크고 고등학생 이하(32.3%), 대학원생(9.5%) 순이었다. 이 중 VIP 고객은 자녀 유학·연수를 위한 송금의 63.0%가 미국에 집중됐다. 일반 고객은 미국(38.8%) 캐나다(21.8%) 영국(7.9%) 등으로 분산됐다. 1년간 평균 송금액도 VIP 고객은 5만2000달러, 일반 고객은 3만7000달러로 1.4배가량 차이가 났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